마감일 비즈니스 모델

마감일은 블랙홀과 같다. 마감일까지 마쳐야 하는 그 일 만이 존재하고 다른 것들은 사라진다. 마감일의 위력은 마감일이 하루 하루 다가올수록 더 강력해져서 주변 사람의 안부를 신경쓰는 일 정도는 일찌감치 자취를 감추었고 종국에는 면도를 하고, 밥을 챙겨 먹는 등 인간다운 품위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소소한 활동조차도 흡수되어 사라진다.


5월 중순까지 초고를 보내라는 지도 교수님의 이메일을 2주 전에 받았다. 메일을 보는 순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장 떨어짐을 경험하고 잠시 후 각오를 다지는 결심 정도가 있었다. 역시 마감일 만한 채찍질이 없다. 지난 2주간의 작업 진도는 그 전의 두달 동안의 작업 진도를 넘어섰다. 그리고 이제 중순을 며칠 남겨놓지 않았다.


우리가 돈을 내고 구매하는 서비스 중에 꽤 많은 것이 마감일이다. 나 혼자서 설정한 마감일은 별로 힘이 없다. 그냥 미루어도 되기 때문이다. 마감일이 힘이 있으려면 움직일 수 없어야 하고, 어길 경우 상당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형식의 마감일은 혼자서는 설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돈을 지불하고 구매한다.


주로 학원이나 학교와 같은 교육 비즈니스와 피트니스 센터 등 건강 관련 비즈니스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조직의 건강을 강화하는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마감일을 어떻게든 해내고 나서 한숨돌린 후에 생각 좀 해보아야겠다. 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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