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촬영에 관하여

수전 손택이 「사진에 관하여」 쓴 글을 읽고서

“사진 촬영은 일에 쫓기는 사람들이 휴가 중이나 즐겁게 시간을 보내야 할 때마다 느끼곤 하는 불안감을 달래주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일과 유사하면서도 친숙한 무슨 일인가를 해야 하는데, 사진 찍기를 바로 그런 일로 여긴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여행을 가서 인증사진 같은 것을 찍느라고 귀한 시간을 소비하지 말고, 그곳에 있을 때에 충분히 보고, 느끼고 경험하라는 조언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자리를 옮겨가며 사진을 찍지 않고, 물론 단체사진과 또 개인적으로 몇 장은 찍기도 했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자리에서 펜스에 턱을 괴고는 천지를 뒤흔드는 괭음을 내며 쏟아지는 거대한 폭포를 물끄러미 바라본 적이 있다. 마치 상대방이 건네오는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들으려 집중해서 경청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한라산을 오른 적이 있었다. 경영자들을 인솔해서 가야하는 여행이었기에 교육의 측면도 고려하여 제주도를 잘 아는 가이드를 구해서 여행객들이 놓치는 숨겨진 한라산의 아름다움을 보고자 했다. 가이드는 우리 일행을 ‘사라오름’으로 데려갔다. 사라오름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에 그곳을 지나서 어떤 바위 절벽 같은 곳에 이르렀다. 그곳은 한라산 자락이 바다를 향해 참 포근하게 흘러내리는 광경을 그런 곳이었다.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하며, 흔히 하는 행동인 인증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찍기를 모두 마치고 특별히 더 볼 것도 없고 할 일도 없었는데 가이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냥 조금 더 있다가 갈 것이라고만 했다. 지금 기억에 몇 십분은 그 바위에 앉아 있었던 것 같다. 하늘은 쾌청하였고 햇살은 따사로왔다. 숲은 마치 포근한 이불처럼 산을 감싸고 있었고 그래서 하늘에서 떨어져도 아프지 않게 받아줄 것만 같아 보였다. 그처럼 아름다운 제주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사진을 찍는 경험이 별로 없는 나는 그것이 우리가 그곳에 있는 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분명히 다른 주장을 할 것이다. 134페이지에서 수전이 인용한 에밀졸라는 “어떤 대상을 사진으로 찍어보기 전에는 그 대상을 진정으로 봤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수전은 “사진은 현실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진이 재현해 놓은 현실은 그 사진에 충실해지기 위해서 면밀히 검토되고 평가된 현실이다.”고 하였다. 아마도 책을 그저 읽는 것과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하여 글을 쓰는 것과의 차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그저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저자가 건네는 말을 주의깊게 경청하면서 그리고 마음으로 저자와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읽은 책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저 책의 내용을 요약정리해서 그대로 옮겨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글을 쓰려면 그 글에 충실해지기 위해서 그 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평가해야할 필요가 있다. 아마 에밀졸라가 이야기했고, 수전이 그의 말을 인용하여 설명하려는 부분이 이런 것이었을까?


수전은 “그래서 사진은 현실, 더 나아가서 리얼리즘의 개념 자체까지 뒤바꿔버렸다... 사진을 통해서 바라본다는 것은 누구나 바라보지만 너무나 일상적인 탓에 무시되어 왔던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성향을 뜻하게 됐다.”라고 하였다. 사진을 찍는 이유는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누리는 즐거움은 사람마다 다양하겠으나 내가 사진을 찍게 된다면 그것은 수전의 조언을 읽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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