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혜경님의 나의 꿈 사용법 그리고 꿈에게 길을 묻다를 읽으며
고혜경 선생님의 글을 읽노라면 넬라판타지아의 노래 가사에서 나오는 자유로우며 깊은 곳까지 박애로 충만한 영혼의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꿈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받은 느낌과 꿈의 의미를 해석하여 설명하는 선생님의 태도와 말은 지저분한 얼굴에 풀이 죽어서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깨끗이 세수를 하여 주고는 뽀얗고 예뻐진 얼굴을 다정한 미소로 바라보는 사람의 손길 같이 느껴진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기 무렵에 꾼 꿈의 한 이미지는 감자로 여겨지는 썩은 음식물 더미였다.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그것을 물로 씻었는데 다행히 아직 썩지 않아서 하얗고 단단한 부분들이 남아 있었다.
석가탄신일 휴일이어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꿈에게 길을 묻다’를 조금 읽고는 뒷산으로 가벼운 운동 겸 산책을 나갔다. 날씨가 좋아서 하늘은 푸르게 쾌청하고, 산속은 아카시아 꽃, 찔레 꽃, 그리고 여러 꽃들의 향기로 가득했다. 문득 산속의 검은 흙들은 온통 썩은 것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자연은 썩음을 기반 위에 오히려 싱싱한 생명을 가득 피워내고 있었다. 내가 아침에 꿈에서 본 이미지는 생명을 자라게 하는 썩음은 아니었다.
썩음에는 두 종류가 있는 듯하다. 하나는 그저 썩어서 독이 발산하는 경우다. 악취가 나고 생명을 병들게 한다. 다른 하나는 동일하게 썩지만 악취가 나지 않고 오히려 발효되는 느낌이 들고 생명이 자라게 한다.
무의식은 썩은 퇴적물이 가득한 땅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정한 손길로 보살펴진 무의식은 산속의 검은 흙과도 같아서 싱그런 나무와 풀을 자라게 하고 생명이 가득하게 한다. 나무와 풀은 건강한 삶의 모습이다. 방치되고 버려진 무의식은 점점 썩음이 심해져서 악취가 나고 독이 되어 건강을 해치게 하는 썩은 음식물 같아 보인다.
오늘 꿈에서 보여준 이미지는 나의 무의식이 불안과 근심으로 지저분해진 채로 오랫동안 청소되지 않고 버려져 있었기에 어서 관심을 가지고 살피라는 음성을 전해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아직 깨끗한 부분들이 남아 있다. 썩어서 생명을 해치는 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썩어서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세수하며 보살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