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현실을 모르는 청년은 이상적이다. 신체 건강하고 정신이 발달하고 있는 청년은 인생에 대해서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기꺼이 모험을 시작하려 한다. 그래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그리는 노래, 그림, 영화, 드라마 등 대부분은 청년의 시절을 소재로 다룬다.
그런 청년들이 인생을 살면서 냉혹한 현실에 부딪혀 가면서 타협한다. 순수한 이상보다는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최소한 남들만큼은 하고 살아야 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만나는 생존의 문제들은 가시덩쿨처럼 무성해지고 신념이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을 방해한다. 우리의 마음과 정신은 온갖 걱정으로 가득차고 주름지어져 간다.
중년을 넘기고 그래서 조금만 게을러져도 육체의 근육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 그냥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몸의 어디가 아프기 시작하면 자신감도 줄어들고, 기대도 조금씩 줄어들고,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 되어져 간다. 무엇을 꿈꾸며 새로 시작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지켜야 노년을 그나마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위험을 회피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새로운 통찰이 찾아온다. 진정으로 순수한 이상은 노년이 되어서야 비로서 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노년이 되면 생활비도 적게 든다. 자녀들도 제 앞가림을 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한다. 돈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면서 돈 때문에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추구하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서 돈과 상관없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몸은 쇠약해져서 호르몬은 잠잠해지고, 그래서 정신은 맑아진다. 욕심 없이, 대결하는 마음 없이 사람을 대할 수 있게 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시간을 아껴서 생활하게 된다. 감사의 진정한 의미를 경험해 간다.
노년이야 말고 순수한 이상을 추구할 나이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