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란 무엇일까요?

서양 사진사 32장면을 읽고

배우 조진웅씨가 인터뷰를 하면서 한석규 선배와의 인연과 재미있는 일화에 대해서 소개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종종 한석규 선배가 “진웅아 연극이란 무엇일까?” 이렇게 묻곤 하였다구요. 연극을 사랑하고 평생 연극을 하는 배우들이 던지는 “연극이란 무엇일까?”의 질문은 가볍게 들리지 않습니다. 그것에 어떻게 접근하고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들이 추구하고 보여주는 연극은 무척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사진에 대해서 문외한입니다. 아는 것도 없고 취미도 없습니다. 그런 제가 던지는 사진이란 무엇인가요의 질문은 평생 사진을 사랑하고 사진을 찍는 분들이 던지는 사진이란 무엇일까의 질문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저 어떤 대상을 정의하려는 수준에서 질문을 해봅니다. 그런 저에게 ‘서양 사진사 32장면’은 솔직히 어렵고 재미도 없는 책이었습니다. 읽으면서 도대체 내가 왜 사진의 발달사 혹은 역사서를 읽고 있는거야 하는 생각이 똬리를 틀고 앉아서 버티고 있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책의 초반에 고맙게도 정의적 수준에서의 답변이 기술되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매우 문학적이고 아름다운 표현으로요. 바로 사진은 ‘태양이 그린 그림’ 혹은 ‘태양이 쓴 글’로 표현되었습니다. 직관적이고 본질적이며 은유적인 이 표현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정의 때문에 그리고 아마도 기술적 한계 때문에 사진은 초기에 회화주의적 관점에서 발달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오랜시간 노출을 해야만 했기에 작가의 의도를 표현하는 사진을 완성하는데에 오히려 여러 기술과 기교가 필요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제가 정확히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진기술이 발달하면서 그리고 사진의 정체성에 대한 더욱 진지한 질문이 던져지면서 아마도 스트레이트 주의가 더 큰 세력을 만들어갔겠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스트레이트 주의는 최대한 가공하지 않고 현장을 재현하는 것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왜곡하지 않는 진실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랄까요.


어떤 해석이 더 사진이 무엇인지를 잘 들어낸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보이고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다만 저는 무엇을 찍는가! 어떤 순간을 포착하는가! 이러한 명제에 더 큰 진실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밀레가 그린 저 유명한 ‘이삭줍기’를 보면서 현장에서 설명을 듣고 받은 감동 때문입니다. 이삭줍기에 나오는 세 명의 여인들은 아마도 최하위층의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밀레는 가난한 세 명의 여인들을 그리스 신전에 그려진 신들을 그리듯이 그려내었다는 그 설명이 진실로 무게감있게 저에게 다가왔었습니다. 밀레의 그림이 위대한 것은 어떤 기술에 있지 않고 바로 그가 그 시대에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그려내었느냐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사진은 더욱 무엇을 어느 순간에 포착하였는가 하는 점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스토리텔러는 세상의 어두운 곳에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여 세상을 밝힌다고 하였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진은 바쁜 우리가 스치고 지나가는 소중한 장면과 순간을 포착하여 우리에게 진실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스토리를 던져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면 저는 사진을 스트레이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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