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세포는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그것도 매우 강력하게 공격하여 암을 치료하는 물질을 발명하기 위해서 밤낮없이 노력하는 연구원들을 멀리서 바라본 적이 있었다. 그들의 연구계획서에는 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보았던 것 같은 원소들이 선으로 이어져서 어떤 분자를 형성하고 있었다.
어려운 이야기를 상식 선에서 스스로 해석하면서 들은 바로는 어떤 원소를 붙였다가 떼었다가 하고 다른 무엇을 붙여 보기도 하면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약효가 있다는 초기 증거가 나오면 시험관 등 완전히 통제된 환경에서 테스트를 수행하는 인 비트로 실험을 해보고, 여기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실험 쥐와 같은 생체 내에서 테스트를 하는 인 비보 실험을 한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각 학문 영역마다 독특한 연구방법론이 있을 것이다. 종종 문학, 역사, 신문방송, 음악 등의 분야에서는 어떤 연구방법론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지 궁금해진다. 모르기 때문에 더욱 신비롭게 느껴진다.
나는 전혀 분야가 다른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연구방법론은 크게 질적 연구, 양적 연구, 실험 연구로 나뉜다. 나는 질적 연구에 관심이 많지만, 본격적으로 수행해서 결과물을 내본 적은 없다. 이러고 보니 근사한 주제를 선정해서 질적 연구를 수행하여 사람과 세상과 삶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것을 버킷 리스트에 넣어 두어야겠다.
양적 연구의 대표적인 방법은 설문조사 연구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두 번 이상은 석사 또는 박사 공부를 하는 지인들로부터 논문 작성을 위한 설문조사를 하는데 시간을 좀 내어달라는 요청을 카톡으로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는데 받은 링크를 눌러서 설문에 응답을 하다보면 거의 대부분이 5점의 리커드 척도를 사용하는 물음 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설문조사의 결과를 분석해서 작성한 논문을 보면 사람의 인지, 정서, 행동 또는 주변 환경의 어떤 구체적 요인을 측정하기 위한 변인들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방식의 설명이었다.
나는 이러한 연구 방법과 결과에 대한 글쓰기의 효용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런데 길을 걷다가 문득 심리적 변인들의 관계를 구성한 연구모형과 암을 퇴치하기 위한 신물질의 분자구조가 공통점이 있다는 통찰이 갑자기 생겼다. 화학의 원소들은 심리학의 심리적 변인들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원소들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분자구조는 심리학의 연구모형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화학에서는 그렇게 새로운 분자를 디자인해서 만들어보고 그것을 통제된 조건에서 실험을 해본다. 심리학의 경우에는 새로운 연구모형을 디자인해서 만들어보고 그것을 설문조사를 통해서 검증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검증된 연구모형은 일종의 신물질과도 같이 사람의 어떤 행동과 결과를 설명하는 물질과도 같은 지식이 되고 사람과 조직이 경험하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의도하는 변화를 만들기 위한 전략 수립 등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신물질을 발명하기 위해서 쓸만한 분자구조를 디자인하느라 밤낮을 구분없이 골몰하는 연구원들은 어떤 원소를 붙여보면 결과가 좋아질까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일주일에 50편 이상의 논문 내지는 특허 등의 자료를 조사한다고 하였다. 이와 비슷하게 심리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들 역시 방대한 선행 연구를 조사하면서 가능한 변인들 간의 조합을 구성해본다.
설문조사 연구가 꽤나 쓸모가 있다는 생각이 오늘 들었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공부하는데에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고,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떤 해결책이라는 신약을 발명하는 듯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