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백일 동안 매일 글쓰기’ 모임에 초대받고는 그럴까요 하는 쉬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고생한 적이 있었다. 경험이나 계획도 불충분하게 길을 떠나는 사람이 그러하듯 초반에는 신이 나서 노래하며 걸었는데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소리 없이 사라지는 글벗들이 생겨났고, 글 소재는 말라가서 막판에는 당일의 분량을 채우고자 억지로 쓴 글을 포스팅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고생은 되었지만 완주한 덕분에 브런치에는 제법 포스팅한 글들이 늘어나 몇 년 동안 100편 금방에서 멈추었던 원고가 200편을 넘어서게 되었다. 그리고는 체력이 방전되어 지금까지 거의 반년을 놀게 되었다. 왜 좋은 습관은 습관으로 자리잡히지 않고 금방 게을러지는 걸까?
좀 쉬었지? 이제 다시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런 말을 던지며 빨간 모자를 쓰고 다가오는 훈련 조교처럼 어는 글벗님이 글쓰기 모임을 시작한다며 초대장을 보내왔다. 반가운 마음보다는 그 고생을 또 하라고?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함께 고난의 행군을 하였던 동지애가 작동하여 당연히 해야죠! 하는 말투로 약간은 억지로 웃으며 초대장을 받았다.
첫 글을 쓰려니 새로 연재를 시작하는 작가라도 된 마냥 걱정 어린 긴장감도 살짝 올라온다. 나른한 오후에 찬물로 세수를 한 듯 정신이 돌아온다. 기분 좋은 스트레스다. 글은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기본기를 다시 떠올려본다.
글은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것과 비슷하게 쓰면 된다. 친구를 만날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는 않는다. 물론 중요하게 해야 할 말이 있어서 만날 때는 또 다르겠지만 대부분 만나서 말을 하다 보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할 말들이 참 많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니 부담을 갖지 말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정해진 시간이 되면 노트북을 열자.
말은 입 밖으로 나온 후에는 되돌릴 수 없지만, 다행히도 글은 수정할 수 있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키보드를 매우 쳐라. 쏟아낸 후에, 다시 읽어보며 수정하면 된다. 생각은 샘 같아서 처음에는 말라 있는 샘 같지만, 계속 퍼올리다 보면 시원한 샘물이 더 많이 솟아나게 된다.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경험으로 보면 대부분 그러했다.
게으른 자여 이제 일어날 시간이다. 겨울 동안 게으름을 피는 것도 행복했지만, 봄이 되어 다시 부지런히 농사를 시작할 생각을 하니 설레지 않는가!
말이 되든, 안되든 이렇게 생각이 흐르는 대로 글을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