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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를 위해 싸우는 이들을 응원합니다

함께 싸우는 것도 아니요 그저 응원하는 마음 정도인지라 응원이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는 모르지만, 조금 전에 9호선 일반 열차에서 만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싸우고 계시던 분들을 지지하는 마음으로 빨리 글을 씁니다.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약자들입니다. 강자들은 권리를 누리고 있고 더 잘 누리기 위해서 매우 지혜롭게 시스템을 구성하고 운영합니다. 싸운다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싸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싸운다로 쓰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 연설 영상에서 들었던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지라도 던지는 사람은 처절하게 싸우기 때문입니다.


미리 말하고 시작해야 할 것은 싸우는 이들을 응원하지만 그들의 모든 주장에 동의한다는 뜻은 절대로 아닙니다. 저도 저 나름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그리고 꽤나 분명하기 때문에 부딪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나와 신념이 다르다고 해서 그들이 그들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 등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것에는 단호히 저항합니다.


연석 효과라는 용어를 처음 읽었을 때 배우는 바가 많았습니다. 연석은 차가 다니는 차도와 사람이 다니는 인도를 구분하기 위해 설치합니다. 그래서 인도가 차도보다 조금 높게 턱이 만들어져서 보행자를 보호하게 되지요. 만일 연석이 없다면 그래서 운전자가 한눈파는 사이에 차가 불쑥 인도로 침범을 하게 된다면 다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할 것입니다.


그런데 보행자 보호장치인 연석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분들에게는 자력으로는 오르기 불가능한 절벽입니다. 자세한 역사는 모르지만 1970년대에 연석을 깨부스 거나 시멘트를 부어서 경사를 만드는 등의 저항 내지는 싸움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연석 경사로가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횡단보도 등에 연석 경사로가 설치된 이후 제일 덕을 많이 보는 사람들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시는 분들이라기보다는 모든 보행자들, 자전거 이용자, 바퀴 달린 큰 가방을 끌고 급히 걸어가는 누군가 등 일반 사람들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약자의 권리를 위하면 그 약자보다 강한 모든 사람들이 사실상 혜택을 누립니다.


1993년에 처음 미국 여행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뉴욕을 들러서 길을 걸어 다니고 도서관이며 미술관이며 개방되어 있는 멋진 공간들은 모두 들어가 보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시립 도서관일 것인데 책을 한 권 읽어보는 추억을 만들고자 들어갔는데 거기에서 동성애 권리 옹호 부스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충격이었죠. 그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세상이 발전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가장 중요한 징표는 개인으로 독립하여 사는 사람들이 매우 많이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단순한 현상이 아닙니다만 그저 한 개인이 독립하여 살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저는 세상이 더 살만한 세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알려주는 증거로 받아들입니다.


지금 내가 누리는 아주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권리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것을 권리라고 말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인 관습이나 제도 혹은 사회 인프라 등은 누군가의 싸움 덕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약자를 배려하면 그 혜택은 모든 사람이 누립니다. 오히려 더 많이 누립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제로섬 게임과도 같은 것이라고 믿는 시각이 꽤 강한 것 같습니다. 더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있는 것을 넉넉하지도 않은 것을 누군가와 나눠야 한다고 믿으면 나누기가 어렵고 아마도 나누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을 미워하게 될 것입니다.


과연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지금 내가 누리는 권리를 나누어주게 되어 나를 빈곤하게 할까요? 역사는 정반대라는 것을 실증합니다.


미스터 선샤인에서 애기씨가 했던 멋진 대사 "저 여인을 구해야 하오. 어느 날엔가 내가 저 여인이 될 수도 있으니까."처럼 서로를 응원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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