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글쓰기는...

어쩌다 일기를 쓰다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다가, 이메일에 답장을 하다가, 또는 기안서를 작성하다가 등 나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동일하게 발견하는 경험이 있다. 처음에는 어떤 생각이 떠올라서 그것을 글로 표현하려고 끙끙거리며 시작한 것인데 막상 쓰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전혀 다른 문자들이 튀어 나온다. 글은 처음 생각과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어진다. 그것을 보노라면 신기하고 즐겁다.


아마도 글쓰기라는 것이 일종의 그림 그리기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아니지만 분명 머리 속에 있는 완성된 그림을 종이 위에 표현하는 화가는 없으리라. 번득이는 영감이 있어서 연필을 들어 스케치를 하고 붓에 물감을 묻혀서 형상과 색을 표현해가다 보면 그 붓칠들이 스스로 생명이 있어서 다음 붓칠을 알려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글쓰기도 이와 같다.


아마도 글쓰기라는 것이 일종의 대화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대화는 홀로 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겠으나 그것은 상대방이 어떻게 받고 무슨 말을 하는가에 따라서 변화무쌍하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나는 무슨 말을 한다. 아쉬움을 느끼면 좀더 부연 설명을 하면서 보충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나의 말을 받아서 어떤 대꾸를 한다. 그는 나를 동조하기도 하고 더 발전시키기도 하고 과연 그러한지 반문하기도 한다. 글쓰기도 이와 같다.


아마도 글쓰기라는 것은 여행을 떠나는 것과도 비슷한 면이 있는 듯 하다. 여행을 앞두고 꼼꼼하게 많은 계획을 세우지만 실제로 여행을 떠나면 전혀 계획과는 상관없은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진다. 그 새로움이 바로 여행의 매력이리라. 생각을 그대로 경험하게 된다면 무슨 흥미가 있으랴. 글쓰기도 이와 같다.


하얀 백지 위에서 깜빡이는 커서는 두근거리는 맥박이다. 글에는 생명이 있으니 일단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스스로 분화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성장해갈 것이다. 그리고 완성된 글은 거의 대부분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좋다. 그러니 어찌하든 시작해서 마무리까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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