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쉬는 법을 배우자
한번 뛰기 시작하면 절대로 멈추지 않는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심장입니다. 우리가 자고 있을 때에도 심장은 쉬지 않습니다. 심장은 우리 몸 전체에 혈액을 공급해서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심장은 우리 몸의 생명 유지 시스템을 운영하는 중심부이자, 강력한 엔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장은 하루에 약 10만 번을 뜁니다. 이것은 우리가 하루에 10만 번의 팔 굽혀 펴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루 동안 내보내는 혈액의 양은 약 7,000리터 정도입니다. 이는 보통 욕조 약 40개 분량입니다. 평생으로 보면, 심장은 약 25억 회 이상 뛰며 엄청난 양의 혈액을 온몸에 공급합니다. 지치지 않고 평생 쉬지 않고 달리는 마라톤 선수와 같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심장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휴식의 대가’입니다. 심장의 작동은 수축 단계와 이완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축 단계에서 심장은 강력하게 혈액을 밀어내서 동맥을 통해 온몸 구석구석에 전달합니다. 그리고 심장이 이완하면서 정맥으로부터 다시 혈액을 받아들여 재충전합니다. 이 순간이 바로 심장이 ‘쉬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장은 수축기에 열심히 일하고, 바로 이어서 편안하게 이완하면서 다음 뛸 힘을 비축하는 거죠. 심장은 매 순간 이 짧은 휴식을 통해 평생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에너지를 스스로 충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말 현명하지 않나요?
우리 삶도 이와 같습니다. 한 번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방전될 때까지 달리다 긴 휴식을 갖는 것보다, 심장처럼 짧게라도 ‘틈틈이’ 멈추며 숨을 고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바로 이 ‘잠시 멈춤’의 마법이 우리를 지치지 않고 계속 나아가게 하는 진짜 비결입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틈틈이 쉬는 삶’에 꽤 익숙합니다.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그 중요성을 경험하며 배워서 제도와 문화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여두었기 때문입니다.
학창 시절을 한번 떠올려볼까요? 50분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나면 어김없이 10분의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습니다. 짧은 10분 동안 친구들과 웃고 떠들거나,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다음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집중력을 충전했죠. 또, 매일 주어지는 1시간의 점심시간은 맛있는 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은 물론, 오전 내내 긴장했던 뇌와 몸에 휴식을 주어 오후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꿀맛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하루가 그러한 것처럼 일주일의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치열하게 일하고 나면, 우리에겐 ‘주말’이라는 소중한 쉼이 주어집니다. 이틀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잠을 보충하는 것을 넘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취미를 즐기며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되어줍니다.
일주일이 그러한 것처럼 일 년의 기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서운 겨울이 지나고 멀리서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전령처럼 찾아오는 설날, 부지런한 봄과 뜨거운 여름 노동의 결과에 감사하고 축복하기 위해 풍요로운 가을에 찾아오는 추석 같은 명절은 계절의 변화 속에서 우리가 잠시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흩어져 있던 가족들과 모여 서로에게 든든한 ‘쉼터’가 되어주도록 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은 일과 휴식이 아름다운 패턴을 이루며, 크고 작은 쉼표들 덕분에 건강하게 굴러갑니다.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우리들
그런데 오늘날 우리들의 하루는 어떤가요? 오늘 아침에도 저는 멀리서 다급하게 울리는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피곤을 느끼며 잠에서 깨었습니다. 잠에서 깨기도 전에 우리는 지난밤 도착한 메시지와 밤새 세상에 쏟아진 새로운 소식들을 확인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잠시라도 뒤처질세라 앱을 이용해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경제 뉴스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하루 일정을 확인합니다. 출근길에 이미 많은 일을 했네요. 사무실에 도착하면 쉴 틈 없이 밀려드는 일과 씨름하죠. 점심시간마저 자기 계발을 위한 ‘갓생’의 일부가 된 지 오래입니다.
퇴근 후에도 우리의 뇌는 온전히 쉬지 못합니다. 소셜미디어 속에서 화려한 성공과 행복을 전시하는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조급해하고,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는 불안감에 새로운 목표를 세웁니다. 마치 꺼지지 않는 모니터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은 24시간 내내 ‘실행 모드’에 놓여있는 듯합니다.
왜 우리는 이토록 멈추지 못하게 되었을까요? 그 배경에는 눈부신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과 무한 경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어제의 기술이 하루아침에 낡은 것이 되고, 옆자리 동료가 나보다 앞서 나가는 것 같은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은 우리를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듭니다. 이 불안은 ‘더 빨리,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를 외치며 우리를 쉬지 못하는 경주로 내몹니다.
이 경주 속에서 ‘쉼’은 종종 비효율적인 것으로 치부됩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보다는 그 시간에 이메일 한 통을 더 확인하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배우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은 낭비라고 여겨집니다. 스마트 기술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일과 삶의 경계를 허물어, 우리는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보이지 않는 ‘업무의 사슬’에 묶여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심장이 박동 사이에 짧은 휴식을 취하며 평생 뛸 힘을 얻는다는 단순하고도 위대한 지혜를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당장의 성과와 효율을 위해 미래의 에너지를 무리하게 끌어다 쓰면서, 몸과 마음은 서서히 무뎌지고 병들어 갑니다. 이유 모를 무기력과 피로감이 일상이 되고, 무엇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달리는 지조차 잊어버리는 ‘번아웃’은 어쩌면 이 시대의 예고된 비극일지 모릅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의 비밀
그런데 주변에는 언제나 열정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말 많은 일을 해내고 있는데 늘 잘 쉬다 나온 사람처럼 정돈된 분위기와 여유를 보이는 것을 보면 궁금해집니다. ‘저 사람들은 지치지도 않나?’ 하고요. 그들의 비밀은 바로 일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똑똑하게 휴식을 즐기는 데 있습니다. 그들에게 휴식은 단순히 ‘멈춤’이 아니라, 더 나은 전진을 위한 ‘적극적인 재충전’입니다.
“알겠는데, 바쁜 일상 속에서 어떻게 쉬라는 거죠?” 하고 막막하게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창한 결단이나 계획은 필요 없습니다. 아주 사소한 습관만으로도 놀라운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 쉬운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하나는 일하면서 쉬는 습관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포모도로 시간관리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1980년대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시릴로(Francesco Cirillo)가 토마토 모양의 주방 타이머(Pomodoro)를 사용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고안한 시간관리법입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25분간 집중해서 일하고, 5분간 반드시 쉽니다. 이렇게 4번의 사이클을 반복한 후엔 15~30분 정도의 긴 휴식을 갖는 것입니다.
포모도로 기법은 우리 뇌의 집중력 지속시간을 고려한 과학적인 전략입니다. 짧고 규칙적인 휴식은 에너지를 재 충전해 주고, 과로를 방지하며, 일의 효율을 높여줍니다. 마치 심장이 쉬지 않고 뛰기 위해 수축과 이완의 리듬을 유지하듯, 우리도 ‘일-휴식’의 리듬을 만들어야 지치지 않고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숨을 잘 쉬는 것입니다. 스크린 아페아(Screen Apnea) 또는 집중성 무호흡(focused attention apnea)은 우리가 스마트폰, 컴퓨터 등 스크린을 집중해서 볼 때 자신도 모르게 숨을 얕게 쉬거나 잠시 멈추는 현상을 말합니다. 마치 물속에서 숨을 참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아페아(Apnea, 무호흡)'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업무나 학습, 여가 등 대부분의 활동이 스크린 앞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이 현상을 경험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의식적으로 숨을 쉬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죠. 스크린 아페아가 지속되면 우리 몸은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만성적인 피로, 두통, 심지어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스크린 아페아를 극복하고 건강하게 쉬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호흡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업무나 활동 중에 틈틈이 시간을 정해놓고 깊게 숨을 쉬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습니다. 먼저는 의자에 바르게 앉거나 편안하게 섭니다. 그리고 코로 천천히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복부를 최대한 부풀립니다. 잠시 숨을 멈춘 후, 입으로 천천히 길게 숨을 내쉬면서 복부를 당깁니다. 이러한 의식적인 호흡은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긴장된 몸을 이완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잠시 스크린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함으로써 눈의 피로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당신의 ‘톱날’은 안녕하신가요?
유명한 벌목꾼 이야기가 있습니다. 두 명의 벌목꾼이 하루 종일 누가 더 많은 나무를 베는지 시합을 벌였습니다. 한 명은 정말 우직하고 성실했습니다.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톱질을 했죠. 반면 다른 한 명은 일하면서 틈틈이 자주 하던 일을 멈추고 그늘에 앉아 쉬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당연히 쉬지 않고 일한 벌목꾼이 이겼을 것 같다고요? 놀랍게도, 틈틈이 휴식을 취한 벌목꾼이 훨씬 더 많은 나무를 베었답니다. 패배한 벌목꾼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어요. “아니, 자네는 계속 쉬었는데 어떻게 나보다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었던 건가?”
그러자 그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나는 쉬는 동안 무뎌진 톱날을 갈았거든.”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열정도 바로 이 ‘톱날’과 같습니다. 아무리 강철 같은 의지를 가졌더라도, 계속 쓰기만 하면 무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채찍질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무뎌진 날을 다시 예리하게 가는 지혜입니다.
심장이 박동 사이사이에 쉬어가듯, 우리도 삶의 곳곳에 기분 좋은 쉼표를 찍어주면 어떨까요? 그 짧은 멈춤의 시간이 당신의 내일을 더욱 힘차고 빛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오늘, 당신의 톱날을 위해 어떤 휴식을 선물하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