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아지를 무척 좋아한다. 아내는 강아지를 끔찍이도 싫어한다. 어느 날 퇴근길에 홈플러스를 들른 것이 화근이었다. 동물병원 앞을 지나다가 창문 앞에 전시되어있는 태어난 지 몇 달도 되지 않았을 어린 강아지들을 보게 되었다. 밤색에 곱슬곱슬한 털을 가진 귀여운 푸들이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까만 눈동자는 정말이지 귀엽지만 아련하게 슬펐다. 그리고는 나는 무엇에 홀린 듯 그 자리에서 그 애를 집으로 데려왔다.
아내는 마치 내가 숨겨두었던 자식을 집에 데려온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그 정도의 반응을 예상했던 터라 나 역시 죽어도 강아지를 키워야되겠노라고 비장하게 선언을 하고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 싸움이 어떻게 진정되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아마도 아이들 그리고 함께 살고 있는 장모님이 완충 작용을 했을 것이고 그 녀석의 귀여움도 힘을 조금 보탰으리라.
코로나가 우리에게 온 이후 교회에 가질 못하고 집에서 유투브로 예배를 드린지 벌써 2년이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거의 유일한 시간이 되었다. 어수선하기 그지없고 예배의 경건은 사라졌지만 그나마 거실에 모두 모여서 노래를 하고 말씀을 듣고 그러다가 금방 집중력이 사라져서 이런 저런 수다로 빠지기는 하지만 함께 모여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10시 50분. 큰 애가 자신의 노트북으로 유튜브 시청을 준비하고 나는 식탁의 의자를 옮겨서 자리를 만든다. 그러면 제일 먼저 소파에 뛰어올라서서 서성거리며 신나하는 녀석은 강아지 똘똘이다. 그 모습을 보노라면 무척 신기하고 웃음이 난다. 오늘도 큰 아이에게 똘똘이도 우리가 모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애라고 하면서 웃게 되었다(떨어져 있다가 모처럼 만나니 좋은 것인데, 이럴 때 잔소리는 금물). 이녀석이 벌써 10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