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아하니 그것으로 족하다.

작년 11월 16일 수능시험을 본 이후로, 둘째 녀석은 지금까지 2달이 넘도록 게임에 빠져있다. 그 모습은 면벽수행을 하는 도사의 집중력을 뛰어넘을 듯 하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보고도 꾸준히 있었고, 실제로 부모인 내가 보아도 우리집 아이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즐기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는 고사하고 늘상 학원을 오가며 스트레스에 눌려 살고 있는 모습을 보아왔기에 그대로 두었다. 종종 얼굴을 보면 잘 지내는거야? 재미있어? 어려운 것 있으면 아빠에게 말해 응? 하면서 컨디션을 확인할 뿐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다행히 녀석은 아휴~ 좋죠~ 하며 게임 폐인으로 지낸 2달을 만족스러워했다.


어떻게 저렇게 게임을 할 수 있을까? 신기해하던 차에 어제는 아빠도 게임을 해보고 싶은데 쉬운 것으로 하나 알려주라 머 있잖아 전투기로 막 총을 쏘아서 날아오는 것들을 깨는 그런 게임있던데 하며 부탁을 했다. 아들은 이것 저것 살펴보다가 그런 것은 없고 대신 이것을 해보라며 박자를 맞추는 게임을 보여주었다. 나중에 이름을 물어보니 Dance of Fire and Ice란다. 쉽지 않았다. 정해진 코스의 19%, 45%, 81% 등에서 실패하기를 반복했다. 후에는 큰 애랑 엄마까지 참여해서 도전했는데 가장 기본적인 코스 하나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번번히 실패했다.


둘째가 시범을 보여주었는데 그 모습은 이제 막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 앞에서 선생님이 소나타 봄을 연주해 보이는 듯한 모습처럼 환상적이었다. 우리들은 모두 기립해서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그리고 우리도 시도하고 시도해서 초급 코스 하나를 통과하기에 이르렀는데 마지막 박자를 치고는 한일전에서 골이 터졌을 때 수준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하이파이브를 하기에 이르렀다. 가족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는 녀석도 은근히 뿌듯해하며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래 재미있네. 그래도 2달을 넘게 게임만 하는 모습은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나는 도저히 그렇게 못할 것 같다.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가 좋다니까 즐겁다니까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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