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는 동안에는 독서가 유난히 즐겁다.

주말에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 중에 단연 최고는 세탁기를 돌리고,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책을 읽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독서야 늘 즐거운 호사인데 어째서 빨래하면서 책을 읽을 때 집중도 잘 되고 더 재미있을까? 나름 몇 가지 이유가 생각이 났다.


우선 빨래를 하는 것 자체가 사람을 활기차게 만든다. 예전처럼 직접 손으로 빨래를 해야 했다면 힘도 들고 하다 보면 화도 나고 심지어 서글퍼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세제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성능 좋은 이 녀석이 힘차게 돌면서 모든 것을 다해주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수고만으로 나는 빨래도 하는 사람이야 하는 뿌듯한 자부심마저 들게 된다.


둘째는 독서가 매우 유익하고 꼭 해야하는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왠지 독서만을 위해서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 것은 그것이 직업이 아닌 다음에야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고 한가한가? 하는 느낌마저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무엇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독서를 할 때 그런 불편감이 없이 즐겁게 집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 보면 빨래라는 막중한 책임을 수행하면서 사실상 빨래는 세탁기가 다 해주니 그 시간에 책을 읽는 것은 나의 멋짐을 더 드높이는 행위가 된다.


셋째는 대략 적당한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는데 몇 시간이고 계속하기는 어렵다. 너무 짧아도 아쉽고 너무 긴 것도 별로다. 세탁하는 시간은 정말 딱 맞는 길이인 것 같다. 집중력이 살짝 떨어질 듯한 느낌이 들기 바로 직전에 신기하게도 세탁기는 빨래를 마쳤노라고 경쾌하게 노래하기 시작한다. 그럼 나는 어 벌써 하며 못내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고는 빨래를 꺼내러 간다.


조금 전에 읽고 있었던 책이 그렇게 재미있었으면 빨래 후에도 그냥 쭈욱 읽으면 될 터인데 이상하게도 그게 그렇지가 않다. 책에 손이 가질 않는다. 아 주말인데 잠간 낮잠을 잔 후에 똘똘이 산책시키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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