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찌개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회색 빛이 골목을 채우기 시작할 무렵을 소년은 가장 싫어했다. 서서히 짙어지는 어둠과 대조되어 마을의 집들에서 흘러나오는 오렌지 불빛들은 더 포근하고 따듯했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그날은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었다. 소년의 집은 장터 근처였다. 시끌벅적하던 장이 파하고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갈 때, 중학교 선생님이 집에 찾아오셨다. 선생님은 공주 사범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부임지로 소년이 다니고 있는 중학교에 배정받아 오셨고 영어를 가르치셨다. 장을 보고 돌아가시는 길에 들리신 것이다.


선생님은 부엌으로 들어가 고등어를 다듬어 찌개를 끓이셨다. 그리고는 혼자 있던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아버지 오시면 데워서 저녁 먹으렴하고 돌아가셨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 엄마를 여의고 세상이 온통 회색빛이었던 중학교 시절, 그날 저녁의 동화 같은 기억은 따뜻한 오렌지빛으로 소년의 마음을 두고두고 데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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