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한 독서의 즐거움

책읽기가 재미없을 수가 없는데 이상하게도 언제부터인가 독서가 그다지 즐겁지가 않았다. 책이 서재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손이 가는 책이 별로 없게 되었다. 거참 이상타. 그러다가 문득 아하 그래서 그랬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고 친구를 되찾은 듯 기분이 좋아졌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뭐 이런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한다는 김희성이의 멋진 대사가 떠올랐다. 책읽기의 재미를 잃어버린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게다. 유용한 책읽기에만 급급했던 거다. 무슨 쓸모있는 아이디어가 있을까 하는 급하고 건조한 마음으로 책을 평가하며 읽었던 것이 이유였다.


한권의 책을 만나고 읽는 것은 바로 한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사람을 유용함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그런 비인간성을 배격한다. 그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나름의 논리와 신념이 있다. 그리고 특유의 말하는 습관과 언어의 냄새도 있어서 그 자체로 흥미롭기 마련이다. 독서가 바로 그러한 것이었는데 유용한 노하우를 찾는 정보의 원천으로만 사용하는 고약한 습관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먹물들은 글자를 읽는 그 자체로 즐겁기 마련이다. 그리고 좋은 문장을 만나면 감탄하며 기뻐한다.


이제 다시 무용한 책읽기를 즐겨보자. 그럴려면 역시 소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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