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20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투표하였습니다. 모든 언론이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주변 지인들에게 재미 삼아 누구를 뽑을지 정했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는 대답들이 많았기에 결정에 확실히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지율 조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설명은 대략 20%를 차지한다고 보는 부동층의 향배에 관한 해석들입니다. 진보와 보수라고 표현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두 진영의 지지자들 각각 40%에 이르는 유권자들은 왠만한 일로는 마음을 바꿀 여지가 없는 사람들로 여기고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일반적인 보도였습니다.
사실 저도 이미 표심이 정해진 진영에 갇힌 사람에 가까워서 마음을 정해놓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부류에 해당합니다. 투표를 하고 돌아와서 초조하게 출구조사 발표가 나올 예정인 7시 30분을 기다리다가 문득 사람은 어떻게 지금의 결정에 도달하게 되는지 의사결정의 인지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떠올랐습니다.
책을 찾아보면 잘 설명되어 있겠지만 우선은 나 자신의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자기성찰은 지식을 얻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성장과 효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첫 번째 드는 생각은 반성입니다. 이미 마음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듣고 보는 대부분의 정보들을 객관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현저히 감퇴 되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구의 말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무런 판단 없이 세상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분이 있습니다. 대단히 높은 경지의 인식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어딘가에 묶여 있어 사고의 유연성을 약화시켰습니다.
다음으로는 두 가지 경로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수집된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여 무엇이 더 좋은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손쉽고 상식적인 방법입니다. 물론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은요. 하지만 이 방법은 근시안적인 접근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최고의 선택을 못하게 되는 것이죠. 다른 하나는 내가 원하는 것 즉 의사결정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그러고서 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하려고 접근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분석하여서 투표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제가 원하는 결과는 이제 우리나라가 진영의 이념 싸움에서 벗어날 때가 될 만큼 성숙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그야말로 좌우 이념논쟁을 넘어서서 민생에 집중하고, 지구적 공동체 의식을 가진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정권교체라는 프레임 보다는 정치교체라는 접근이 더 좋아보였고,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이유에 대한 후보들의 설명에서 답을 얻은 듯 합니다.
그리고 의사결정의 또 다른 꼭 필요한 기술은 이미 주사위를 던진 후에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선거에 설사 제가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 받아들이고 응원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