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국내산 재료로만 김치를 담그는 식당들
전국이 중국산 알몸 김치 절임 사건으로 몇 주째 시끄럽다. 최근 식당에서는 유례없는 김치 기피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럴때일수록 꾸준히 국내산 재료들을 고집하며 김치를 담가왔기에 각광을 받는 곳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김치에 진심인, 고집스런 서울의 식당 몇 곳을 소개해본다.
#’김치맛집’으로 SNS를 강타한 숯불구이전문점 ‘다람’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며 인기몰이 중인 ‘다람’은 숯불구이 전문점이다. 삼겹살, 항정살과 함께 싱싱한 미나리를 함께 구워주는 곳이지만 진짜 주인공은 비주얼과 함께 손맛까지 꾹꾹 눌러담은 화려한 자태의 ‘김치’. 인스타그램에 ‘다람’을 검색하면 김치 사진이 메인을 빼곡히 수놓을 정도다.
사실 다람은 20년이란 꽤나 긴 업력이 쌓인 곳이다. 꾸준히 사랑받아온 동네 맛집에서 시대의 흐름을 타고 ‘찐김치’의 아우라가 SNS를 타고 빛을 봤다. 연예계에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있다면 요식업계에는 다람의 ‘김치’가 역주행 아이콘이다.
다람에는 대파김치, 배추김치, 알타리 등 정기적으로 담그는 김치와 갓김치처럼 시즌별로 담그는 김치가 있다. 겉절이는 매일 담근다. 다람의 김치는 언뜻 묵은지처럼 푹 익은 모습이지만 군내는 없고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
다람의 주인이자 김치 손맛의 장본인인 유정희 여사의 고향은 경상북도 봉화군. 고춧가루, 마늘, 배추 모두 봉화군 인근의 경북 지역에서 가져온다고 한다.
맛있는 김치의 소문이 퍼져 손님이 몰려들고 있지만 따로 판매하거나 상품화할 계획이 없다. 식당을 찾는 손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자 시작한 김치이기 떄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가을엔 금배추 파동, 최근엔 대파값 급등으로 적자를 겪으면서도 김치의 양을 줄이거나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유 여사는 그저 ‘오늘 하루 만들 수 있는 만큼만 만들고, 내 집(식당)에 손수 찾아오시는 손님들에게 푸짐히 대접하자’는 것이 신념이자 철학이다.
#곰탕처럼, 새로운 김치 메뉴와 장르를 개척하다
‘맑은 돼지곰탕’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한식 씬에 한 획을 그은 합정의 ‘옥동식’. 고풍스러우면서 모던한 곰탕 전문점 옥동식은 메뉴가 곰탕 하나로 아주 단출하다. 찬 마저도 쌈장과 깍두기 두 가지. 여기에 계절김치를 3천원에 추가로 판매한다.
지금은 풋마늘이 철이라 풋마늘김치를 한다. 풋마늘은 마늘 뿌리가 완전히 영글기 전 마늘이 청소년기일때쯤 뽑는 것으로, 대파와 외양이 흡사하다. 일반적으로 김치 양념에는 고춧가루와 마늘이 실과 바늘처럼 동반되지만 풋마늘 김치는 마늘을 넣지 않는다. 재료 자체가 사실상 마늘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자체로 은은한 마늘향이 풍긴다. 겉절이처럼 아삭하고 수분감이 전해지는 마늘대를 씹는 맛이 오묘한데, 순하면서 매력적이다.
옥동식 대표는 요즘 사람들이 김치를 연상할 때 배추김치만 떠올리는 점이 아쉬워 한식 다양화 차원에서 계절김치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다른 종류의 김치도 여럿 있다. 제철 김치는 제철 재료의 양이 한정적이어서 직접 담글 수 밖에 없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두어달 동안 제철 재료로 김치를 만들어 쓸 수 있다.
풋마늘김치 시즌이 끝나면 명이나물김치를 담글 예정이다. 간장과 설탕으로 발효를 한 명이 장아찌가 아닌, 젓갈과 고춧가루를 넣어서 만드는 매콤한 김치로, 울릉도에서 실제로 먹는 지역 김치라고 한다. 자연스러운 젓갈 발효에 의한 은은한 마늘향이 아주 매력적이라는데 그 맛이 벌써 궁금해진다.
#회식의 메카에서 한정식급의 고퀄 김치를 접하다
회식장소의 메카인 신논현역 뒷골목 먹자골목에 위치한 ‘삼육가’. 한 때 백종원거리로 불리기도 했던 이 골목은 사실 경기를 타지 않는(?) 높은 임대료 때문에 유명한 체인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악명높은 동네이기도 하다. 이런 곳에서 당당히 살아남은 삼겹살집이 있었으니, 지역(천안)에서 시작해 강남으로 역진출한 ‘삼육가’다. 삼육가는 삼겹살에 잘게 칼집을 넣어, 구우면 꽃모양이 되는 ‘꽃삼겹’을 필두로 한 고깃집이다.
삼육가에서 고기를 주문하면 동치미와 배추김치, 석박지, 대파김치, 갓김치가 기본으로 등장한다. 김치들은 잘게 썰지 않고 가위와 함께 큼직하게 내는데 긴 접시에 김치들이 차분히 누운 자태가 한정식집에 온 듯 우아하다. 질그릇에 담겨 나오는 동치미는 초록 쪽파와 빨간 사과, 황토빛 배가 큼직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각각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김치 중에서는 대파김치와 갓김치가 인기가 제일 높다. 이는 성질이 센 대파와 향이 센 갓이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과 궁합이 가장 좋고 감칠맛도 정점을 향하기 때문이다.
원래 삼육가의 김치는 전문 공장에 주문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좋은 재료의 김치를 주문해도, 공장들은 원가의 변동성이 커지자 몰래 저렴한 재료로 김치를 만들어 보내는 것을 알곤 서재학 대표는 아예 김치를 직접 담그기로 결심하고 팔을 걷어부쳤다. 재료는 무조건 국내산으로,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재료만을 넣어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맛은 정점을 향하고 칭찬이 자자해졌다. 이제는 주변에서 따로 팔라고 성화이지만 팔 수 있는 대량의 김치는 생산 할 수 없어 한사코 거절하는 중이라고 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국내산 지역 특산물만 고집하는 육통령
흑돼지 오겹살을 전문으로 하는 ‘육통령’은 다양한 식사들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숙성김치찌개는 육통령의 하이라이트. 육통령의 김치찌개는 국물이 시원하고 깔끔한, 김칫국 같은 무드가 있다. 김치찌개에 사용되는 배추김치는 17년간 거래해온 업체에서 국내산 재료들만을 이용해 성심성의껏 만들어 보내준다. 이렇게 받아온 김치는 고기 숙성고에서 따로 천천히 숙성시켜 깊은 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김치찌개에 24시간 숙성한 밀가루 반죽으로 수제비를 떠서 넣는데 김치수제비 맛집으로 불려도 될 정도다.
육통령은 매해 겨울마다 김장을 해 꾸준히 낸다. 특히 겨울 채소인 갓은 한창일 12월에 김치를 담아 이듬해 봄이 지나면 1년 내내 사용한다. 갓김치와 알타리김치, 쪽파김치는 특별히 시골에 계신 대표의 어머니께서 직접 농사 지어 보내시는 담양 고춧가루만 쓴다.
쌀은 파주에 따로 거래하는 농장에서 받아오는 현미를 받아 매장에서 직접 도정한다. 이 때 나온 쌀겨는 김치찌개에 넣거나 원하는 손님에게 준다. 쌀겨를 넣은 김치찌개는 더욱 부드럽고 구수해진다. 고기에 싸먹는 깻잎지는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 직접 우린 귀한 사골 육수가 쓰인다. 간장에 양념 즙과 사골국물을 넣어 숙성시키고 다진 파를 낭낭히 뿌려 저온숙성한다. 파 향이 깻잎에 들어 아주 향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