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ni Oct 22. 2024

누가 꽃을 그렸을까?

보태니컬아트의 시작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 열매 등 식물을 그리는 보태니컬 아티스트 비니입니다. 브런치 스토리에서 드로잉과 함께 꽃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첫 화에서는 꽃 그림의 역사라고 하기에는 조금 거창하지만 그 스토리를 얘기해 볼까 하는데요. 인류는 꽃이나 열매 등의 보태니컬 일러스트를 언제부터 그렸을까요?   


요즘 우리는 핸드폰 카메라로 인물, 아름다운 풍경,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사진으로 찍어요. 핸드폰 기본 카메라만으로도 훌륭한 사진과 영상을 남길 수 있는 시대인 거죠. 사진.. 카메라가 발명되기 전에는 연구목적으로 보태니컬 일러스트를 기록해야만 했어요. 누가 보더라도 객관적으로 똑같은 식물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사실적이어야 했죠.    

 




거의 2,000년 전인 A.C 40~50년 고대시대에 그려진 약초그림이에요. 식물의 형태와 색상은 물론이고 잎맥, 솜털까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표현했죠. 그림 옆의 글씨는 어느 지역, 어느 계절에 채취한 약초로 효능에 관한 내용을 기록했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그려진 그림은 백과사전, 식물도감, 식물학 교재 등에 사용되다가 현대에 들어서 보태니컬 아트라는 미술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답니다.


   





중세의 보태니컬 일러스트를 한번 볼까요? Tractatus de Herbis은 1440년 이탈리아 살레르노 중세 의과대학에서 출간한 약초에 관한 논문으로 ‘살레르노의 시크릿’으로 불렸답니다. 정원에서 재배하거나 야생에서 채취한 허브를 어떻게 약초로 활용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보태니컬 일러스트가 삽입되었고 이 교재는 살레르노 의과대학 약학과 인기에도 한몫했다고 해요.      


Nutmeg, paradise seed, coconut, and vomit in ms. Egerton 747, fo 67 vo-68 ro.


흠... 위의 그림들은 작가의 색채가 전혀 드러나지 않고 딱 교재에 실리기 위한 전형적인 일러스트 같지 않나요? 왜냐하면 중세 유럽은 문화적 암흑기로 수도원에서 약초를 기르며 그 결과를 그림으로 남겼고, 정원 또한 채소원, 약초원, 과수원 등으로 목적에 맞게 실용적인 형태였기에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신 중심이었던 중세시대에서 인간중심의 르네상스 그리고 과장되고 화려한 바로크 시대를 거치면서 정원의 형태가 바뀌게 되어요. 넓은 정원과 식물은 권력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귀족들은 저택 안에 거대하고 멋스러운 정원을 가꾸는 취미가 생깁니다. 귀족들은 자신이 보유한 식물의 정보를 기록해서 가지고 있길 원했고 가장 간편한 방법인 그림으로 보관을 했어요. 정원을 디자인하며 식물 재배기술을 연구하던 식물학자들은 식물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기도 했지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보태니컬 아트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처음에는 식물의 정보 제공용으로 정확하고 세밀하게 표현하려고 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귀족들의 취향에 맞게 고용한 화가의 화풍에 따라 색채도 화려해지고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되었답니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천재 예술가이자 과학자로 수많은 작품과 업적을 남겼고 현재 우리에게도 주는 영감이 큰데요. 그중에는 세밀한 꽃 그림도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까요? 꽃 그림을 연습하면서 작은 꽃망울부터 활짝 피기까지 시간의 순서뿐만 아니라 전면, 측면, 후면 다양한 각도로 그렸더라고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체, 동물, 식물 등 다양한 구도로 습작을 하고 초안을 구성하고 수정하며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을 탄생시켰나 봅니다. 


Lonardo da Vinci_ Flower study


Lonardo da Vinci _Lily & Star of Bethelehem and other plants


꽃그림을 특히 잘 그려서 별명이 '꽃의 브뤼헐'이라 불리는 얀 브뤼헐의 작품입니다.

공중에 꽃이 떠 있을 만큼 수많은 꽃들을 꽃병에 꽂을 수도 없고 다른 계절에 피는 꽃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꽃다발이에요. 브뤼겔은 실제 꽃병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꽃을 하나씩 그려 본 후 재구성하여 작품을 완성했다고 해요. 이 또한 1년 내내 피는 꽃들을 한 폭의 그림으로 보고 싶어 한 고객의 취향을 맞춘 것이라고 하네요^^;  


Jan Brueghel_ Flowers in a wooden Vessel &  Vase of flowers


Jan Brueghel_Studies


다음 화에는 근대로 넘어와 조금은 화려한 장미 이야기를 가지고 올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