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만으로, 충만해진 남자
가슴 한쪽이 뻥 뚫린 것 같았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생활이 끝날 무렵이었다. 2023년 가을, 아침 출근길 프로그램 진행을 내려놓았다. 마음이 복잡했다. 대대적인 라디오 개편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입버릇처럼 되뇐 ‘10년은 할 것이다.’라는 말을 실현하고 끝내는 것이니 신기했다. 눈물이라도 쏟으면 친구인 다음 진행자가 신경 쓸까 봐 참았다. 하차해도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니까 괜찮았다. 그 과정에 나를 다독이는 마음은 없었다. 마지막 방송의 진행이 끝나고 자주 울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낑낑거리는 노부부를 도왔다. 분명히 선행을 베풀었는데 눈물이 났다. 선행은 나에게 돌아온다는데, 좋을 일이 없는 게 슬펐다. 멍하게 있는 날이 잦았다. 급기야, 아침에 쇠젓가락을 씹었다. 앞니 옆, 측절치가 깨졌다. 지금의 나는, 분명히 좋지 않았다.
좋은 부모가 되자. 고된 육아가 끝난 날 밤, 아내가 한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봄(태명)에게 웃음을 주는 아빠는 맞았다. 하지만, 좋은 아빠라는 확신은 없었다. 집을 어지르는 아이를 보면 화를 참았다. 어지르다 못해 망가뜨리면 참았던 감정이 폭발했다. 우는 아이를 달래주지 못했다. 이 반복을 끊어내고 싶었다. 건강한 아버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고 싶었다. 아이의 태명을 딴 육아 브이로그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공허한 마음이 조금은 채워지길 바라며.
비어 있던 하루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침 샤워를 하며 아이와 웃었던 때를 생각했다. 출근 지하철 20분, 퇴근 겸 하원 40분은 편집과 자막 작업을 했다. 아이가 잠들고 난 후에는 사진첩을 돌아보았다. 아름다운 순간이 많았다. 매주 금요일 퇴근 전까지. 자신과의 마감기한을 만들었다. 숏폼이 일주일에 하나씩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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