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 만족 못했던 소년
칭찬을 좋아했다. 어질러진 장난감들을 모두 치웠다. 지현이는 정리를 참 잘하는구나. 선생님의 칭찬은 유치원생인 나를 미화반장으로 만들었다. 친구들의 장난감까지 깔끔하게 정돈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선생님의 질문에 손을 들었다. 지현이는 아나운서같이 발표를 참 잘하는구나. 그녀의 칭찬은 초등학생인 나를 아나운서로 만들었다. 책을 읽을 때 또박또박 읽으려고 노력했다. 막연히 갖고 있었던 꿈은 현실이 되었다. 교내 단축마라톤이 열렸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에게 1.7km는 도전이었다. 입에 찝찌름한 맛이 나올 정도로 달렸다. 전교 9등. 체육을 잘하지 못했기에, 큰 칭찬을 받은 기분이었다. 그날부터 내가 좋아하는 운동은 마라톤이 되었다.
칭찬조차 필요 없었다. 무기력함을 어쩌질 못했다. 서울부터 대전, 강원도, 전라도와 경상도. 서류부터 필기, 최종 면접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며 각종 단계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서류든 최종이든 탈락은 똑같이 마음이 아팠다. 친구들이 부러웠다. 환하게 웃은 그의 프로필 사진 한 귀퉁이에는 합격 훈장이 붙었다. 하나, 둘 방송일을 시작하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조급해졌다. 대학 동창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했다. 넌 언제 결혼하냐. 아나운서는 계속 도전하냐. 질문이 불편했다. 자연스레 모임에 발길을 끊었다. 외로워졌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고 싶지 않았다. 그때부터 다시 달렸다. 집 앞 공원에서 출발했다. 성내천 둑길을 따라갔다. 한강을 짧게 돌았다. 계단을 오르내렸다. 정수리부터 땀이 솟았다. 개운함과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보였다. 신문을 잡았다. 발성과 발음을 연습했다. 라디오 리포터로 일했다. 지역 방송국을 오가는 경춘선이 고마웠다. 비로소, 나 자신을 칭찬할 수 있었다. 단축마라톤 결승선을 지난 후 선생님에게 받은 칭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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