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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왔어요

가족으로, 만족 못했던 소년

by 봄아범

편편한 사이일수록 주고받는 것에 자유롭다. 나와 여동생 E가 그랬다. 생활비로도 빠듯한 20대 때부터 생일 선물을 챙기지 않았다. 가벼운 축하 인사면 충분했다. 각자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아기의 백일이나 생일, 어린이날에 뭐라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선물의 왕래가 워낙 없어서였을까. 봄(태명)의 선물을 말하는 것도. 조카의 선물을 챙겨주는 것도 어색했다. 동생의 장바구니 속 물품을 선물로 결제하면서 생각했다. 조카였던 나를 챙겨준 이모, 삼촌의 마음은 어땠을까. 기억 속 가족을 끄집어냈다. 존경하는 인물이 떠오른다. 이모부 S. 마음을 가득 채우는 그의 웃음이 그립다. S는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까.




경상도 안강 출신인 S는 무일푼으로 상경했다. 운전에 소질이 있었던 그는 기사일부터 시작했다. 운행하는 차량의 탑승자는 모 상사의 회장. 인자한 사람을 모신 덕분에 병마와 싸우기 전까지 기사로 일할 수 있었다. 회장이 머무는 별장이 비었을 때, 가족과 보낼 수 있는 것은 좋은 복지였다. 퇴촌에 있는 별장을 관리하면서 아내, 두 딸과 주말을 보냈다. 아내는 여동생이 있었다. 자매는 친모를 여의었다는 슬픔이 있었다. 계모 밑에서 자란 것의 서러움도 같았다. 두 사람이 행복했으면 했다. 처제의 가족도 별장으로 불렀다. 주말을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수록, 하나의 가족으로 물들어갔다. 특히 처조카에게 마음이 갔다. 슬하에 딸만 둘이어서 그랬을까. 아들 같은 마음이 들었다. 처제의 집안이 기울어갔다. 참고서라도 사주고 싶었다. 만날 때마다 교복 주머니에 만 원씩 찔러 넣었다. 한사코 거절하는 처조카에게 덕담까지 두둑이 챙겨주면서.


“지현아. 공부 열심히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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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던 소년. 2012년부터 종교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 제작하는 남자. 2023년부터 가족과의 기록을 남기는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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