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새로이 만나는 청년
장난감을 사랑했다. 아버지가 출근하는 아침. 그는 만화 ‘드래곤볼’ 완구를 사 오겠다고 약속을 했다. 팔에 끼우고 버튼을 누르면 ‘에네르기파!’ 소리가 나는 친구였다. 장난감을 떠올리며 유치원에서 에너지를 충전했다. 퇴근하는 아버지가 돌아올 무렵. 반가운 아버지의 손은 비어 있었다. 양팔을 벌렸다. 아버지를 안는 대신 막아 세웠다.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지 못했다. 아들의 고집으로 아버지가 고생한 밤이었다. 초등학생으로 몸은 컸지만, 마음은 6살의 밤 그대로였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속 미니카가 갖고 싶었다. 7,500원. 큰돈이었다. 어머니가 사줄 리 만무했다. 집 안을 둘러봤다. 이사할 때 쓰겠다며 장롱 밑에 던져두는 500원짜리가 떠올랐다. 몸을 바닥에 바짝 붙였다. 반짝이는 동전이 포착되었다. 옷걸이를 풀어서 늘렸다. 15개의 500원을 낚았다. 문방구에서 미니카를 살 때의 짜릿함이란! 몰래 조립하려는데 어머니의 눈에 포착당했다. 그날은 옷걸이가 바빴다. 동전 꺼내느라. 어머니 손에 잡히느라. 내 엉덩이를 때리느라. 미니카의 불꽃 문양이 몸에 새겨졌다. 옷걸이도 아프단 것을 처음 알았다.
옷걸이만큼 비디오테이프도 바빴으리라.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늘어질 때까지 봤다. 장난감이 움직이는 이야기가 매료되었다. 중학생이 되고, 속편이 개봉했다. 당시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은 햄버거였다. 이름처럼 행복해지는 ‘해피밀’을 먹고 장난감을 받았으니까. 랜덤으로 지급되는 터라, 카우보이 인형 ‘우디’를 받기는 쉽지 않았다. 몸이 ‘언해피’할 정도로 패스트푸드를 먹고 우디를 만났다. 고생한 만큼 뿌듯했다. 꼭두각시 카우보이 덕분에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고된 시간이 조금이나마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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