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새로이 만나는 청년
안 되는 발음이 있다. 나는 문장의 마무리인 어미가 불분명했다. 한 개그맨이 ‘했습니다.’를 ‘해씀-다!’로 말하는 걸 따라한 탓일까. 집을 나간 ‘니’를 찾지 못해서 내가 진행하는 뉴스는 마침표를 찍다 만 느낌이 들었다. 포장이 덜 된 선물 같은 진행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매일 연습을 했다. 한 글자씩 나눠서 입을 움직였다. 발음이 나는 대로 써서 말했다. 천천히 또는 빠르게 글자를 뱉어냈다. 그러다가 방법을 찾았다. 문장의 마지막부터 글자를 쌓아 올렸다. 다. 니다. 씀니다. 켜씀니다. 발켜씀니다. 이러케 발켜씀니다. 중요한 지점은 틀렸을 때 다시 맨 뒤 글자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편하더라도 끝으로 돌아가 꼬리에 있는 글자부터 하나씩 정성을 들여 입을 움직였다. 그동안은 항상 앞에서부터 시작하니까 뒤에서 무너졌다. 시작을 바꾸니까 조금씩 나아졌다. 그럼에도, 마이크가 켜졌을 때 자꾸 도망가는 글자 ‘니’를 잡아당기며 생각했다. 뒤에서부터 하자. 그럼 더 나아질 거다. 다시 연습하자. 다시, 뒤에서부터 하자.
정말 뒤에서부터 염두에 두었어야 했다. 일요일 행사의 출발 열차만 예매를 하고 넋을 놓고 있었다. 행사를 엿새 앞둔 월요일. 널브러진 타이와 정장을 주섬주섬 수습하듯이 기차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다. 행선지인 창원중앙역은 하루에 기차를 두 대만 운영하였다. 일요일 저녁 5시 27분. 창원에서 출발하여 서울에 도착하는 기차. 직장이 수도권인 사람들의 피 튀기는 예매 전쟁은 끝난 지 오래였다. 전쟁 후 잔해와 같은 두 글자만이 남아있었다. 매진. 특실과 일반실. 심지어 예약 대기까지. 매정한 매진 행렬뿐이었다. 인간 매크로가 되어 30분쯤 새로고침을 눌러댔다. 하루 종일 표를 확인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각종 예매 후기를 찾았다. 새벽 4시 즈음에 소량의 표가 풀린다는 정보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 날 새벽. 아이를 재우고 새벽 3시 30분에 눈이 떠졌다. 전쟁의 서막이 열리는 시각이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노트북 앞에 앉았다. 3시 40분쯤 되었을까. 봄(태명)이 울기 시작했다. 못 들은 체했다. 건넌방에서 애타는 외침이 넘어왔다.
힝. 아빠는. 어디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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