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성실하고, 몸은 정직하다

가족을, 새로이 만나는 청년

by 봄아범


준비운동 없이 바다에 뛰어든 기분이었다. 어쩌자고 한 주에 두 번 글을 쓴다고 약속했을까. 연재와 함께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센터장님과 나눌 이야기는 차고 넘쳤다. 다만, 그것을 풀어놓은 글도, 문장으로 엮을 역량도 없었다. 뜬금없이 인디아나 존스가 떠올랐다. 영화 ‘레이더스 : 잃어버린 성궤의 추격자들’에서 고고학자 존스는 페루의 고대사원에서 황금 우상을 훔치려 한다. 예상하지 못한 거대한 바위 공을 만나는 페도라의 사나이. 빠르게 굴러오는 집채 만한 공을 피하려고 필사적으로 달린다. 식은땀을 흘리는 주인공은 초보 작가인 나였다. 그 어떤 것이든 눌러버리는 둥근 것은 시간이었다. 데굴데굴 귀엽게 오면 좋으련만. 쿠구구구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발행 요일이 다가왔다. 그러게 왜 두 번이나 발행을 하자고 했니. 한 번만 해도 괜찮지 않니. 쿠구구구. 쿠구구구. 쿠우우울쿨 자야 할 새벽에 문장을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출근길 라디오를 10년 동안 진행하면서 지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마지막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나름 성실하다고 자부했다. 오만이었다. 항상 나보다 앞서있는 시간은 슬그머니 작가의 서랍에 접근했다. 꼭꼭 저장되어 있는 나의 토막글을 가져갔다. 조정 기간을 거치는 위기의 부부에게 신구 선생님이 하는 말과 비슷한 것이 들렸다.


닷새 뒤에 뵙겠습니다.




봄(태명)이 이렇게 빠르게 자랄 거라는 마음의 준비를 못했다. 생후 한 달쯤 지났을까. 아기는 울면서 항상 기지개를 켰다. 신경계가 완성되는 과정이라는 전문의의 소견을 들었다. 아빠인 내 의견은 달랐다. 태어났을 때부터 자신의 몸을 짱짱하게 둘러싼 속싸개가 답답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얼른 이 작은 몸을 키우고 싶은 몸부림으로 보였다. 유치원에 다니면서, 얼른 선생님과 같은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처럼. 아니나 다를까. 봄은 쑥쑥 자랐다. 심지어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다리가 길어진 것 같았다. 팔과 다리에 타이어를 끼운 것 같이 포동포동해졌다. 시간이 잡아서 늘린 것처럼 날씬해졌다. 두어 번 반복하니까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제일 키가 큰 형님이 되었다. 아기의 성장시간만큼 나의 노화시간도 부지런했다. 가르마에 새치가 나기 시작하더니, 코털에도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썹은 한 가닥만 삐쭉 자라는 것이 보이고, 샤워를 하면 수챗구멍에 쌓이는 머리카락이 제법 되었다. 신혼 초까지 자랑했던 탄탄한 복근에 시나브로 ―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 지방이 끼었다. 이제는 16kg의 체중을 넘어가는 아이가 달려오면, 반가움과 불안감이 동시에 엄습했다. 내가 언제까지 안아 올릴 수 있을까. 허리 디스크는 건강할까. 바위공이 다시 굴러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쿠구구구. 이렇게 빠를 줄 몰랐지. 네가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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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던 소년. 2012년부터 종교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 제작하는 남자. 2023년부터 가족과의 기록을 남기는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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