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새롭게 만났다
바야흐로 태몽의 계절이었다.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그어진 이후, 아기가 세상에 올 것을 알리는 꿈을 꾸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렸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포대기에 아기를 안고 왔다더라. 아기를 받았더니 얼굴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더라. 그러니까 태명을 황금이라고 해야 된다더라. 아니다. 뽀얀 돼지가 달려오는 꿈이 태몽이라더라. 품에 폭 안기는데 기분이 너무 좋다더라. 그 꿈은 복권이 당첨되는 꿈이더라. 그러니까, 이 꿈을 돈 주고 사야 된다더라. 그러니까 당신의 계좌번호는……. 반갑다가, 당황스럽다가, 웃어넘겼다. 떠들썩하게 들리는 꿈들 사이에 아내와 나, 부부에게는 하나의 꿈만이 태몽으로 여겨졌다. 아기가 태중에 있던 9개월 동안 산책을 하던 중에도, 태동을 느끼던 때에도, 산달에도. 제비가 나온 꿈을 기억하고 나누었다. 꿈의 내용은 이렇다.
여느 때와 같이 등산을 하는 아침이었다. 아내는 요가를 하는 동안, 한 시간 반 정도 아차산의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코스.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공기가 청량했다. 이어폰이 필요 없었다. 지저귀는 새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소리를 받아들인 걸 알았던 걸까. 새 한 마리가 가까이 날아왔다. 제비였다. 녀석은 내 손바닥 위에 올라탔다. 그저 머무르지만은 않았다. 날개를 퍼덕였다가, 부리로 손을 쪼았다. 귀를 간질이는 것과는 비교하기 어려웠다. 새의 부리에 쪼이는 건 처음이었다. 아니. 초등학생 때 병아리를 키울 때 정도일까. 내 손을 벗어날 법도한데, 꽤 오래 오른손에서 놀며 저릿하게 만들었다. 그게 마냥 싫지가 않았다. 종일 있어도 되겠다 싶으려는 찰나, 제비는 손바닥을 구름판 삼아 뛰어 날았다. 계속 날았다. 멀리 날아갔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날갯짓을 쉬지 않았다. 다시 잡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게 녀석이 가는 길일테니까. 그저, 제비가 남긴 흔적의 여운을 느끼며 손을 주물렀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은 채로 꿈에서 깼다.
어쩌면, 꿈속의 제비는 나이기도 했다. 부리로 손을 쪼는 정도의 통증 정도면 좋으련만, 어머니의 마음을 많이도 후벼 팠다. 마음의 바닥까지 닿는 대화의 시작은 항상 사소했다. 어머니는 나의 숟가락질이 마음에 안 들었다. 밥을 동그랗게 만들어서 입에 넣는 것을 지적했다. 나는 무슨 상관이냐며 대섰다. 작은 것까지 간섭하는 당신이 미웠다. 사실은 고등학생 때부터 학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했다. 부모의 무능함 때문이라며 화살을 당신들에게 돌리고 화를 쏟아냈다. 강제로 밀림에 던져진 아기 사자가 된 기분이었다. 아빠와 엄마 사자가 없으면 어떠랴.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의 ‘티몬’과 ‘품바’를 찾듯이 담임 선생님과 친구에게 기댔다. 서울시에서 지원받는 등록금과 친구들이 전하는 마음의 지지를 받으며 조금씩 홀로 서는 연습을 했다.
꿈은 이루어져서 제비보다 귀여운 아이가 태어났다. 이제는 아빠로 바로 서는 연습이 필요했다. 나에게 노력이 필요하듯이, 걸음마를 하는 봄(태명)에게도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아빠인 나는 그저 바라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알을 깨고 나오는 주인공은 병아리인 것처럼, 결국 걷는 건 아이 자신이었으니까. 아기는 양팔로 땅을 박차면서 우뚝 일어섰다. 다시 엉덩방아를 찧었다. 한 걸음을 걷다가 넘어졌다. 다시 기다가 앉았다. 또 일어났다. 한 걸음에 한 걸음을 더했다. 아이와 나의 눈. 네 개의 눈동자가 확장되었다. 아이와 나의 손. 네 개의 손바닥이 사정없이 박수로 부딪혔다. 이 과정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나와 아내가 세워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하나! 둘! 하나! 둘! 크게 외치는 구령과 응원이 부모의 몫이었다. 육아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의 독립이라는 것. 머리로 알고 있던 걸 마음으로 느꼈다. 그제야 나의 과거가 감사해졌다.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조금 일찍 나의 길을 고민하고 찾을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 선물로 다가왔다. 수험생 시절, 굳게 닫힌 방문 밖에서 공부에 방해될까 봐 텔레비전 소리를 줄이던 당신들의 시선이 따뜻해졌다. 두 눈은 대하드라마로 향하지만, 마음은 나에게로 향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무한한 지지. 그렇게 봄과 상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를 온전히 믿고 응원한 뜨거운 마음을 잊지 않겠다. 꿈속의 제비가 다시 보였다. 부모님 곁에 있다가 일찌감치 날아오른 나처럼, 언젠가 아이가 비상할 순간을 그린다. 그날을 예행 연습하듯이, 다시 한번 아이를 향해 박수를 친다. 봄이 다시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