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만으로 충만한 남자
5분만.
이 말을 뱉으면, 나는 거짓말쟁이가 된다. 아이가 씻는 걸 기다리면서 5분만. 아내가 씻는 걸 기다리면서 5분만. 유튜브 영상 하나만 보면서 5분만. 5분씩 세 번인 15분이 지난 다음에 5분만. 정말, 마지막으로, 침대에서 5분만. 그리고 새벽 5시에 눈을 뜰 때까지 씻지 않은 밤을 닷새째. 아내의 ‘자기야. 씻어.’라는 다섯 글자를 족히 오십 번을 넘게 들었음에도, 오후 9시만 넘어가면 몸이 5톤 트럭이 되어버렸다. 씻는 걸 귀찮아하는 아이에게는 단호하게 말하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양치기 아저씨를 바라보는 아내의 새된 눈을 애써 외면했다. 어쩌다가 내가 침대인지, 침대가 나인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린 걸까. 그날의 모든 세균이 그득드득 담겨있는 모발과 두피를 베개에 문대면서 변명을 했다. 5분만 있다가 씻자. 특별히, 상처 부위를 피해서 세심하게 씻자. 물이 묻으면 안 되니까. 아니다. 물이 묻으면 안 되니까 오늘 밤은 넘겨버리자. 아직도 손을 대면 욱신거리는 곳. 눈에서 약 5cm 아래 부위의 통증을 느끼며 얼굴을 파묻었다. 어제의 하원을, 달려오는 봄(태명)을 피했다면 나는 바로 씻었을까. 모르겠다. 애꿎은 상처 부위를 손끝으로 꾹꾹 누르기를 몇 번. 눈이 가뭇가뭇해졌다. 어제 오후에 들었던 질문이 꿈처럼 들렸다.
“아버님! 괜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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