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이 사라진 시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오전의 강의실은 조용했다.
강사는 마케팅 성공 사례를 설명하고 있었다.
슬라이드에는 그래프가 떠 있었고
곡선은 늘 위로 올라갔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노트북 자판을 두드렸고
몇몇은 화면을 사진으로 찍었다.
강사는 말했다.
이건 공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결과가 나옵니다.
나는 화면을 보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설명은 깔끔했고
사례도 충분했다.
틀린 말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어딘가가 비어 있었다.
먼저 일어난 일과
나중에 벌어진 일을 나란히 놓으면
이유는 언제든 만들어진다.
그때 돈이 있었을 수도 있고
운이 좋았을 수도 있고
시장이 우연히 열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온 뒤에는
그 모든 과정이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된다.
사람은 복잡한 걸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이해되지 않는 일을
이해되는 말로 바꾼다.
공식이라는 말은
그럴 때 가장 편하다.
강의실 안의 공기가 그랬다.
확신에 찬 설명이 이어질수록
사람들의 표정은 편안해졌다.
정답이 있다는 말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문득
이 장면을 다른 곳에서도 많이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이 길로 가면 틀리지 않는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이 나이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듣고 있으면 안심이 된다.
하지만 돌아서면
내 삶은 그 공식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같은 선택을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조직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다.
그래서 결국
남의 답을 외우는 방식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직접 해봐야 하고
직접 겪어봐야 하고
직접 틀려봐야 한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다시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는지
계속 질문해야 하고
모르는 것은
결국 공부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공식으로는
내 삶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의가 끝났고
박수가 나왔다.
사람들은 오늘 배운 내용을 이야기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가방을 들고 먼저 나왔다.
문을 열자
밖은 시끄러웠다.
차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부딪히고
어디에서도 공식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삶은 원래 이런 쪽에 가까웠다.
정답이 없고
설명되지 않는 일이 더 많고
사람마다 버티는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결국 남는 것은
직접 해보고
직접 고민하고
직접 공부하면서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답을
조금씩 만들어 가는 일이다.
뒤에서 다시 박수 소리가 들렸다.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이제 또
스스로 질문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