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25] 확신은 왜 사실보다 먼저 퍼질까

우리가 팩트보다 사람을 믿는 이유

by 봄날의 초원

인도 시장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인스타그램 말고는 마케팅 채널이 없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인도 법인의 인도인이었다.

그래서 더 사실처럼 들렸다.


그 말 이후로 아무도 다시 묻지 않았다.

정말 없는지,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확인하려는 사람도 없었다.

그 문장은 정보가 아니라 이미 결론처럼 받아들여졌다.

누군가의 의견이 아니라

이미 정리된 답처럼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근거가 많아서가 아니다.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우리는 더 쉽게 믿는다.

특히 전문가이거나 현장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검증은 더 줄어든다.


인도인이라고 해서 인도 마케팅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도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고

시야가 넓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사실을 자주 잊는다.


인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말이 더 맞을 것이라 생각한다.

굳이 다시 확인하지 않는다.


이 상황을 조금 더 익숙하고 극단적인 예시로 바꿔보면 더 명확해진다.

한국의 평범한 마케팅 담당자가 외국인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블로그 마케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이것은 물론 틀린 말이다.


퍼포먼스 광고도 있고, 커머스 플랫폼 내 마케팅도 있다.

인플루언서 기반 확산이나 콘텐츠 커뮤니티도 존재한다.

디지털 옥외 광고도 있다. 이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섞인 다른 방식도 존재한다.

보이지 않을 뿐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인도에서도 레딧을 통해

마케팅 성과를 만든 사례가 있다.

작지만 의미 있는 반응을 만든 브랜드들도 있다.


그런데도 인도의 마케터들은

이 채널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없는 것이 아니라

말해지지 않을 뿐이다.


우리는 남의 말을 쉽게 믿고

현실을 단순화해서 이해한다.

복잡한 구조를 그대로 두기보다는

익숙한 몇 가지로 정리해 버린다.


이런 일은 회사 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생각해 보면 일상에서도

비슷한 선택을 반복한다.


생각해 보면 나도 다르지 않았다.

주식 투자를 할 때였다.

내가 신뢰하는 방식으로 분석을 하는 유튜버가 있었다.

그 사람이 코스피 1만 포인트 가능성을 말했다.


논리는 그럴듯했다.

그래서 쉽게 믿었다.

팩트 체크를 안 한 건 아니다.

자료를 더 찾아봤고 다른 의견도 확인했다.


그래도 돌아보면 이미 마음은 기울어 있었다.

확인한 게 아니라, 기운 쪽을 보강하고 있었다.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기보다는

이미 믿고 싶은 쪽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람은 정보를 찾지 않는다.

이미 기운 쪽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는다.

그리고 그 과정을

스스로는 꽤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팩트 체크는 비용이 든다.

시간이 들고 생각해야 하고 때로는 불편해진다.

반대로 믿는 건 쉽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확신 쪽으로 기운다.


그리고 그 확신을

굳이 의심하지 않는다.


팩트 체크를 하지 않는 건

비용이 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틀린 말을 믿는 게 아니다.

검증하지 않은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그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처음부터

팩트를 원했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말해주는 확신을

원했던 건 아닐까.


그래서인지 확신은 늘

사실보다 먼저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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