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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Apr 01. 2020

저녁 7시, 나를 위해 요리하는 시간#3

지금은 주방복지 인증이 필요한 때

스페인이야 미식으로 유명한 여행지지만 내눈이 번쩍뜨였던 메뉴는 바로 이것!
빠에야도 맛있고 츄러스도 맛있고 문어도 예술이었지, 타파스도 가릴것 없이 다 맛있었지만 "역시 맛있는 맛"이었다면 스패니쉬 오믈렛은 "이것 봐라"하는 맛. 한번 먹어본 후론 하루에 한번씩은 시켜 먹었고 집마다 맛은 조금씩 달랐지만 절대 실패할수 없는 맛.특별히 땡기는 게 없을땐 눈에 보이는 타파스바에 들어가 스패니쉬 오믈렛에 와인 한잔. 마지막날도 어김없이 낮술에 스패니쉬 오믈렛을 먹다 가방을 통채로 잃어버렸지. 잃어버린 가방은 가방이고 먹던 거나 마저 먹자며 빙구처럼 웃었는데....
한없이 관대하고 여유로운 마음은 좋은 햇살 때문이었을까, 낮술 때문이었을까, 맛있는 음식 때문이었을까, 낯선 곳에 대한 무심함이었을까...
일상에선 사소한 무례와 실수에도 날이 서는데 말이다. 못가본 여행지 중에 가고싶은데도 너무너무 많지만 가봤던 바르셀로나는 항상 그리움이다.



스페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식, 스패니쉬 오믈렛. 그렇다고 너무 기대는 마시길...달걀 두개, 감자 반개, 양파 반개로 만든 요리인데 설마 투뿔 한우 맛이야 나겠어~

만드는 법도 간단하다.

감자 한개와 양파 반개(계란 2개 사용 기준)를 잘게 썰어서 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는다.

이때 후추와 소금으로 한 꼬집씩 넣어서 볶는다.

간간할 정도로.

감자가 익고 양파가 갈변하면 계란물을 만들어 섞어준다.

잘 섞어서 부침개 부치듯 잘 익혀주면 끝!

이때 취향에 따라 양배추를 조금 넣어주면 고소함과 아식한 식감을 더할 수 있다.



스패니쉬 오믈렛 조리법을 찾아보면 베이컨을 넣는 경우도 있고 새우살이나 다짐육을 넣기도 한다.당연히 고기류가 들어가면 더 맛있지만 나는 감자, 양파, 계란만으로 기본맛을 낸 스패니쉬 오믈렛을 더 선호한다. 그 때, 스페인에서 가방 도둑맞는 것도 모르고 먹었던 그 맛이니까. 그러므로 꼭 필요한 재료는 계란, 감자, 양파.

계란은 항상 동물복지유정란으로 주문한다. 일반 계란과 맛이 다르다고 느낄 정도로 장금이 미각을 자랑하는건 아니지만 동물학대급의 사육환경에서 자란 계란은 나쁜 성분도 많이 검출된다 해서. 생각해 보면 그럴것도 같다. 어미가 자학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생산해 낸 계란에 그늘이 있을 수밖에. 그 스트레스 고스란히 내가 먹는다는 기분이 든다.
같은 이유로 신고사건이 자주 접수되는 음식점들이나 화를 내뿜는 민원인들이 일하고 있는 음식점은 피하게 된다.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에 내몰리거나 화에 가득차 있는 사람이 만든 음식은 아무리 좋은 재료와 좋은 솜씨를 더했대도 내 몸에 보약이 아닌 독이 될 것 같다. 그런 점에선 식품위생 인증, 미슐랭 만큼 주방복지 인증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도 음식을 할 때만은 좋은 마음만, 내 안에 사랑만 가득 채운다. 자기애가 강한 탓인지, 퇴근 후 나를 먹이려 요리하는 시간이 나는 몹시 행복하다. 오늘처럼 간단한 오믈렛 하나에 행복했던 추억도 떠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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