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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May 31. 2021

뒷담화를 위한 변호

솔직한 게 능사는 아니었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하였을 때 나는 사람들이, 아니 다 큰 성인들이 누군가의 뒷담화를 너무나 가볍게, 그리고 끊임없이 한다는 사실에 경악했었다.

- 앞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라면 뒤에서도 하지 말아야지!


그 때는 그랬었다. 평소에 아무리 젠틀하고 나에게 잘 해 준 사람이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의 뒷담화를 한다면 그는 내 기준에 이상한 사람 내지 나쁜 사람이었다. 오히려 나를 대놓고 비난하는 사람을 보며, 아, 이 사람은 앞담화를 하니 뒷담화는 하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좋은 사람'으로 분류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돌아보니 너무나 한심한 분류방법이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뒷담화를 하는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평소에 젠틀한 사람이더라도 그 사람이 누군가의 뒷담화를 한다면 일단은 경계군으로 분류한다. 그래도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처럼 뒷담화를 하면 나쁜 사람, 앞담화를 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일차원적인 분류는 하지 않는다. 다만 확실히 바뀐 것이 하나 있다면, 이제는 앞담화 대신 뒷담화를 하는 배려(?) 정도는 우리 모두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뒷담화도 하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다들 내 마음에 들 수는 없다. 아니, 솔직히 내 맘에 드는 사람은 실제로 아무도 없다. 가족조차 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사랑으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인데, 사랑없는 타인의 모습은 참아주기 어려울 때가 있다. 물론 우리는 사회생활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없이도 최대한 수용하려 노력은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결'에 따라서는 참아주기 어려울 때가 있다.


1. 그 사람이 싫을 뿐 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알고 있다.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하는 것일뿐 그 사람이 틀리지는 않았다는 것을. 하지만 우리는 원한다. 내가 맞고 그 사람이 틀렸기 때문에 내가 그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기를. 하지만 아니다. 그렇다고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다. 마음 속으로 싫다고 백 번 외치고 도저히 못 참겠으면 입 무거운 사람에게 뒷담화나 하자. 앞담화는 아니된다. 앞담화는 뭐라고 할 것인가?


2. 내 말이 무조건 맞다는 보장은 없다


동기 중에 한 명은 나에게 직언이랍시고 이렇게 말했다.

- 형님들이 너 되게 어려워한다. 니가 좀 사근사근하게 하면 좋잖아.

너네 형님들이 나를 어려워하다니 그렇다면 성공이다. 나이 많은 형님들이 나이 어린 미혼 여성 동료를 어려워해야지, 그럼 쉽게 보게 두란 말이냐? 뭐하러?


어떤 직장상사는 후배에게 나를 가르키며 말씀하셨다.

- 언니 보며 잘 배워. 요즘 조직생활 이만큼 잘 하는 언니 드물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다.

어린 시절 내가 앞담화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잘 못된 것을 고쳐주어야 한다는 그릇된 사명감 때문이었다. 잘 못되었다니, 누구의 무엇이? 사람은 그저 다를 뿐이고, 나와 맞지 않는 그 사람이 나보다 모자란 것은 아니다. 가르쳐야 한다, 고쳐야 한다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다. 우리 모두는 다른 누군가에 비해 우월하지도 열등하지도 않다. 누구도 누군가를 고쳐쓸 권리는 없다.


3. 다 큰 성인은 타인의 말로 변하지 않는다


설사, 누군가 진짜로 잘 못을 하고 있다하더라도 타인의 지적으로 그 사람이 변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사랑하는 가족의 말조차 듣지 않는데, 돌아서면 남인 사람의 말 한마디에 몇 십년을 살아온 모습이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타인의 흠을 앞에서 지적하는 것은 그저 나의 감정풀이일 뿐이다.


사람들은 앞에서 까는 것을 '직언', '충언'이라는 말로 포장한다. 그 말이 타인의 기분을 나쁘게 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하면서 그 말을 삼키지 않고 뱉는다. '진심'이라는 말로 정당화하고 있지만,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한 진심인가? 그 사람 잘 되라고? 설마 본인만큼이나 본인 잘 되기를 바랄까. 본인 잘 되기는 본인과 그 가족들에게 맡겨 두시고, 그 진심은 제발 마음 속에 넣어두시길. 내가 진심이라고 해서 반드시 남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을 나즈막히 읊조리는 그대여, 그래서 약은 자격증 있는 약사에게만 맡기는 것이니, 무자격 영업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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