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goulash인 이 음식은 야채와 소고기를 넣고 만든 매운 스튜이다. 헝가리 전통음식이며, 헝가리어로는 gulyas라고 한다.
이 음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오래 전 오스트리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였다. 굴라쉬는 헝가리 전통음식이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도 즐겨 먹는 음식이었다. 가이드북에는 한국 갈비찜과 비슷한 음식이라는 설명이 추가되어 있었다. 유럽에서 갈비찜이라니, 시간이 나면 한 번 먹어 보든가, 오스트리아가 원조도 아니라는데 굳이 찾아 먹을 생각은 없고라고 생각하며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한 이후로 1일 1굴라쉬를 하게 될 줄이야.
오스트리아는 바다가 없는 내륙이다 보니 일교차가 매우 크다. 오스트리아 여행을 갔던 시기가 9월쯤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지구가 아파서 5월부터, 아니면 9월까지 유럽도 폭염이라는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있지만 원래 유럽은 지중해 연안이나 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여름에도 큰 더위가 없는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몇 년 전만 해도 에어컨이 없는 호텔도 많았다. 그러니 이상 기후가 덥치기 전, 9월의 오스트리아는 해까지 떨어진 후엔 몹시 추웠다. 낮에는 겉옷 없이 셔츠 하나만 입어도 충분했지만 해질녘부터는 옷을 세 겹 입어도 찬바람에 콧물이 났다.
하루종일 부지런히 돌아다녀 피곤한데다 해가 떨어져 추위와 어둠이 찾아오면 따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해졌다. 좀처럼 컵라면을 찾지 않는 편인데 라면 국물 한 모금이 간절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굴라쉬였다. 오스트리아의 웬만한 식당, 아니 카페에서도 굴라쉬를 판다. 식사를 할 정도로 많은 양은 아니고 사이드 메뉴인 스프 정도의 양에 빵이 같이 나온다. 한 스푼 뜨는 순간 빨갛게 얼었던 코 끝까지 온기가 전해졌다.
빈의 한 카페에서 주문했던 굴라쉬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던 기억으로 남을뻔 하였던 오스트리아는 1일 1굴라쉬 덕분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노잼으로 끝날 뻔 하였던 첫 대전 여행도 굴라쉬 덕분에 유쾌해졌다. 그 때 그 맛이 이 맛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반가운 음식이다.
대전과 빈에서의 즐거움을 소환하기 위해 집에서 굴라쉬에 도전해 봤다. 물론, 전통적인 방법이 아니라 한국 스타일로 현대식 해석을 가미한 야매 굴라쉬 만들기다.
* 재료 : 소고기(홍두깨살 또는 설도), 감자, 양파와 파프리카 등 야채, 토마토, 토마토 소스, 소금, 후추, 사골국물, 청양고추, 전기밥솥
한우 설도를 한 입 크기로 자른 후, 감자와 양송이, 파프리카, 양파, 토마토 등 각 종 야채와 함께 전기밥솥에 넣고 시판 사골육수 350ml를 부워준다. 다진 마늘과 후추, 소금 약간을 더한 후 토마토 소스(파스타 소스) 남은 것(430ml짜리 병의 2/3에서 1/2 정도 남았던 것 같다.)을 넣어준다. 마지막으로 청양고추 한 개 또는 두 개. 그리고 만능찜 설정으로 45분을 맞춰주면 끝. 야채 때문에 물이 많이 나오면 냄비로 옮긴 후 조금만 졸여 주거나 전분가루 한 스푼 정도 넣어주면 빵과 같이 먹기에 딱 좋다.
고기는 밑간을 하여 팬에 한 번 볶은 후 찜을 하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토마토를 많이 넣었더니 신 맛이 난다. 원래 전통 굴라쉬에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므로 신맛이 나는 것이 전통 맛에 가깝지만 똠얌꿍과 같은 신맛에는 호불호가 있는 한국인들이니 산도는 입맛에 맞게 조절이 필요할 듯 하다. 전통 굴라쉬는 파프리카 가루가 들어가서 색이 더 곱지만 파프리카 가루 대신 파프리카를 생으로 넣었더니 조금더 묽어졌다.
하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고 역시 이 음식에 대해선 할 말이 많고 아마 다음에 또 어디선가 굴라쉬를 먹게 된다면 내가 집에서 첫 굴라쉬를 만든 날도 떠오를테지. 그나저나 굴라쉬라는 이 음식은 한국인 입맛에 잘맞는 음식인데도 생각보다 하는 집이 많지 않는 것이 아쉽.
코로나 때문에 헝가리도 오스트리아도 기약이 없으니 이 음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조만간 대전에 한번더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