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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Sep 01. 2021

부산에서 고작 한 시간 #2

옛 마산을 찾는 이유

<2편>

마산은 아구만 유명한 게 아니다



'마산'하면 대게 '아구찜'을 향토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마산 아구찜만큼 마산에서 유명한 음식이 바로 복어 요리이다. 마산어시장(창원시 마산합포구 복어요리로 7 일원)에는 복어요리집이 줄지어 있는 복국거리가 있다. 이 일대에서는 냉동복이 아닌 생복으로 요리한 음식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 볼 수 있다. 어느 한 집 콕 집어 소개하기 미안할 정도로 맛있다고 이름난 복어전문집이 많다. 나는 경북복집(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복요리로 15-1)을 선택했었다. 복국은 국물도 시원하고 복어도 푸짐하게 들었다. 아니, 생복을 이렇게 아낌없이 넣어주시면 남는 게 있으신가 손님이 가게 걱정을 하게 된다.

밑반찬도 맛있고 역시 생복의 하얀 속살은 입에서 녹았다. 식사 후 어시장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니 종종 가서 복요리로의 복집 도장깨기를 시도해 봐야겠다.


창동에 가면


마산합포구 창동은 마산이 창원으로 통합되기 전 마산시의 중심이었던 원도심이다. 어느 도시나 원도심을 방문하면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하다. 한 때 이 구역의 중심이었고 활력이 넘쳤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신도심에 패권을 넘겨주고 그 때 그 영광은 남아있지 않는 것이 서글프다. 중심이 이동하며 원도심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드니 상가도 하나 둘 비어갔다. 그렇게 마산의 원도심 창동도 잊혀질 뻔 하였다.

하지만 2012년 원도심의 빈상가에 예술의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창동 예술촌 사업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창동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상업중심지가 아니라 문화예술중심지가 되어 먹거리, 볼거리로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 멕시코(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14길 24)



남자 사장님은 한국인, 여자 사장님은 멕시코인, 그렇게 두 분은 부부시다. 멕시코를 가 본 적이 없어서 진짜 현지 음식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진짜 멕시코 사람이 만들어주는 음식이니 멕시코 가정식에 가깝지 않을까?

볶은 고기에 치즈 듬뿍 들어갔으니 맛 없을리 없다. 나는 멕시코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찾아 먹는 편인데, 이 집은 지금까지 먹어본 멕시코 음식 중에서도 상위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식당이 오래오래 그 자리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요즘같은 때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코로나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이름난 노포들도 폐업한다는 소식들이 전해지는데 작은 동네 맛집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사장님 속도 모르고 그저 이 맛있는 음식을 오래오래 먹을 수 있도록 사장님이 잘 버텨주시길 바랄 뿐이다.  


◆ 베니베니(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9길 24-3)


그야말로 감성감성한, 감성이 아주 뚝뚝 흐르는 핸드드립 전문 카페이다. 해변의 대규모, 바다뷰 카페들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카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아늑하고 따뜻한데 고소한 커피향이 가득하다. 2층짜리 카페인데 2층은 층고가 낮지는 않지만 1층 보다 아늑한데다 목재 소재, 작은 창으로 세어 들어오는 밝은 햇빛 때문에 다락방 느낌이 기억에 남는다. 아, 당연히 커피 맛은 예술이다. 바다뷰 메리트 없이 30년 이 자리를 지켜 온 것이 그 증거이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잘 내려진 커피 한 잔은 따뜻한 기억으로 떠오른다. 분위기가 아늑하다는 말이지 카페 규모가 작은 편은 아니다. 아래층에도 6팀 넘게 앉을 자리가 있고 2층도 꽤 넒은 편이다.

1993년부터 창동에 자리를 잡은 카페라고 하니 올해로 거의 30년이 다 되어 간다. IMF도 견디셨으니, 코로나도 잘 견뎌주시길, 부디 오래오래 자리를 지켜주시길, 또 사장님 속도 모르고 간절히 바란다.


좋은 것은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마산에 이러이러한 집들이 있다고 지인들에게 홍보를 해 본다. 그러면 그래? 괜찮네, 그런데 마산 갈 일이 있으려나, 가게 되면 한 번 들려보면 되겠네라고 반응하곤 한다. 저기, 이 정도면, 마산 갈 일 있을 때 들려보는 게 아니라 이 곳에 들리기 위해 마산 가 보는 건 어떨까?

물론, 서울에서는 멀어도 너무 멀다. 그러니까 부산 사는 메리트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나는 이렇게 이 도시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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