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란미역국은 어느 날 우연히 시도했다가 단골 메뉴가 되어 버렸다. 그날은 나의 게으름과 까탈스러움이 한 껏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냉장고 사정이 마땅치 않은데 장을 보러 나가기는 싫고, 그렇다고 외식도 배달음식도 싫었던 날. 그렇다, 나는 아주 게으른데 까탈스럽기까지 하다. 보통은 게으름이 까탈스러움을 이겨먹는데 그날은 까탈스러움도 한 성깔 하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집에 있는 식재료를 탈탈 털어봤다. 냉동실 한 켠에서 발견된 마른 미역(마른 미역을 냉동 보관해도 되는지에 관해서는 별론으로 하고)과 명란젓.
찬이 없더라도 국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은 먹지 뭐. 그런데. 소고기, 조개는 커녕 하다못해 감자나 들깨가루조차 없는데 미역국은 미역으로만 끓이나? 그러다 잠깐. 알탕이라는 음식도 있으니 미역국에 명란젓을 넣으면? 대충 예상되는 맛이긴 하였으나 좀더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네이버에 "명란미역국"으로 검색해 보았다.
이야, 나만 몰랐지,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명란을 넣고 미역국을 끓여 먹고 있었다.
그렇게 시도된 명란 미역국. 미역을 참기름에 살짝 볶은 뒤 다진마늘을 아주 조금 같이 볶다가 물을 더해준다. 물은 처음부터 끓이려한 양을 다 붓고 끓이는 것보다 한 컵씩 넣어서 미역이 우러나면 또 한 컵 더하고, 그리고 또 한 컵씩 더해주는 것이 풍미를 높인다고 어떤 요리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적당히 타협하자면 일단 끓이려던 물양의 1/2 먼저 끓여낸 후 나머지 물을 더해준다. 국물이 끓으면 명란을 한입 크기로 썷어서 넣은 후 명란이 익을 때까지 푹 끓여준다. 명란 자체가 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명란미역국은 명란까지 넣어서 끓인 후 간을 보고 부족하면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맞춰준다. 평소 하듯이 미역 볶을 때 간장 한 스푼 넣고 볶다가는 다 끓인 후 화들짝 놀라는 수가 있다. 설령 저염명란을 사용하더라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그리고 요즘 나의 히든카드 양배추절임. 양배추 한 통을 무슨 수로 다 먹나 고민하다 유튜브에서 발견한 메뉴인데 이게 유산균 폭탄에 꾸준히 먹으면 다이어트까지 된다고 하니 부지런히 만들어 열심히 먹고 있다. 부지런히란 자주 만들다 보니 부지런히일뿐 별 노력 없이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반찬이다. 그런데도 양식에 피클 대신 한식에 김치 대신 어디서나 유용하게 쓰이는데다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이런 효자템이 있나!
양배추를 적당한 크기(곱게 채썰 필요도 없고 잘게 다질 필요도 없다. 보통은 1센티 정도의 폭이라고 하는데 본인이 한 젓가락에 집어 먹기 편한 크기로 자르면 될 듯하다.)로 썰어서 볼에 담은 후 소금 한 스푼 뿌려서 양배추에서 물이 나올 때까지 박박 문질러 준다. 소금 양에 대해서 전문가와 인플루언서들 말에 따르면 양배추 무게의 2% 를 넣어준다고 한다. 문지르다 보면 수북하던 양배추가 숨이 죽기 시작하고 숨이 죽은 뒤에는 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양배추에서 나온 물에 양배추가 전부 잠길만큼 물이 나오도록 문질러주라고 하지만 그게 힘들면 병에 담은 후 양배추가 잠길만큼 소금물을 채워주면 된다고 한다. 병에 담는다고? 그렇다, 이게 끝이다. 소금에 절여서 박박 문지른 후 병에 담아서 3일에서 일주일 정도 숙성. 응용버전으로는 사이다를 같이 넣어주거나 통후추, 월계수잎, 다진 마늘, 청양고추를 넣어주기도 한다는데 식초를 넣으면 양배추의 영양소 중 일부가 파괴된다고 한다.
이 음식이 독일의 김치라고 불리는 사우어크라우트! 그러고 보니 독일 여행갔을 때 음식을 시키면 접시 한귀퉁이에 숨죽은 양배추 약간이 항상 올라가 있었는데 바로 이 것이었다. 그 때는 딱히 손이 안갔는데 알고 보니 반갑다.
마지막으로 장조림은 대기업표, 물김치는 엄마표. 감자볶음에 유통기한 다 되어가는 체다치즈를 올리고 밥은 15곡이 섞였다는 잡곡에 찹쌀을 더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