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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Nov 23. 2020

잠 들지 못하는 밤이 쌓여갈 때

아직은 망설이고 있습니다

쉽게 잠 들지 못하고 뒤척거리는 날이 많아졌다.

몸은 피곤해서 자꾸 눕고만 싶은데 누우면 정작 잠이 오지 않는다.

에너지가 넘쳐서 잠을 잊은 것이라면 뭐라고 할 수 있으니 이런 축복이 있으랴 싶겠지만

고단하여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데 정작 잠을 이루지는 못한다.


늘 그러하듯 계절이 변하는 시기에 일시적으로 찾아오는 불면일까.

그렇다면 며칠이면 지나가겠지.

하지만 심장이 아플 정도로 두근거리는 증상은 이 불면증상이 단순히 계절탓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게한다. 


언제부터 그랬나 시간을 되짚어 보니 이번엔 증상이 꽤 오래 가는 편이다. 심장 두근거림, 불면, 기분저하, 우울감...그러고 보니 가끔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극심하고 기분통제가 어려운 날이 반복되어 정신과치료에 대한 정보를 진지하게 검색해 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나다움님의 브런치북을 만나게 되었다. 제목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어쩌면 만국의 모든 직장인들에게 공통일지 모른다. 항상 웃고 있지만 내 마음은 병들어 있는.


https://brunch.co.kr/brunchbook/mindmanagement



작가는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이 시대의 '평범한' 여성이다. 평범이라는 단어를 지웠다 다시 썼다를 다섯번이나 반복했지만 적절한 단어를 고르지 못했다.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었다. 그런 작가가 정신과를 찾기까지의 과정과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험을 말하고 있다.


작가는 처음부터 정신과를 찾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정신과를 찾기 전까지 작가가 스스로 치료를 위해 여러가지 활동들을 시도했다. 나를 포함하여, 이 단계에 있는 현대인들이 많을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단계까지의 작가의 고백은 마치 나의 감정선을 따라오는 것처럼 눈을 떼지 못하고 따라왔다.

그리고 내가 망설이고 있는 다음 단계.

작가 또한 정신과 치료라는 문턱에서 한 번, 약물치료라는 문턱 앞에서 또 한 번 고민한다. 


1화부터 10화까지 단숨에 읽었다. 작가의 아픈 이야기는 내게 위로가 되었지만 타인의 마음에 공감한다는 말은 너무 가볍고 위로가 되었다는 말은 미안하다. 하지만 공감과 위로가 전부는 아니다. 작가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의 현실적인 문제들, 비용이나 치료방법, 치료결과, 치료 과정에서 타인의 반응 등 유용한 정보들을 전달해 준다.


브런치북을 끝까지 다 읽고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주변 정신건강의학과를 검색해 보았다.

이미 내가 힘들고, 이미 직장이나 지인들 중에서도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니 주변시선에 대한 두려움은 이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망설이는 것은 나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 다들 그렇게 사는데  병원까지 다녀야 할 문제인가. 그리고 내 감정의 문제를 다른 사람이나 약물이 도와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불신.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상을 유지하기 위하여 정신과에 다닌다는 작가의 말이 마음에서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 또다시 심장이 두근거리면 작가의 문장들이 머릿속에서 되살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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