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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국화 Nov 14. 2020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1인분이 힘든 세상

어제 한참 나는 내 일하고 있는데 한가하다는 직장동료가 뜬금없이 묻는다.


"변호사님, 변호사님 이름으로 집 있지? 집 있으면 장점이랑 단점이 뭐야?"


뜬금없이?

나보다 열살 넘게 나이가 많긴 하지만 직장에서 반말부터가 마음에 거슬리는데 이런 질문은 의도가 보여서 불편하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질문은 대답을 원하는 질문이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물꼬를 트는 말이다.


집 있어서 장점이랄 게 뭐고 단점이랄 게 뭔가. 직장생활 8년해서 모은 돈으로 내집 마련은 해야겠기에 집을 산 것 뿐이다. 서울이라면 쉽지 않았겠지만, 아니 지방이라도 쉽지 않았고, 예산이 가능한 범위에서 완벽한 집은 아니더라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조건만은 맞춰 마련한 집이고 대출도 조금 끼어 있다. 딱히 장점이나 단점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글쎄요...장점도 딱히...단점도 딱히..."

"응...우리딸 이름으로 집을 하나 사놓을까 싶어서...딱히 불편한 건 없다는 거지? 그러면 딸 이름으로 해주지 뭐."


그집 딸은 고3이다.

저기요, 저도 저희 부모님 딸이긴 하지만 그집 딸이 부동산 편법증여받는 게 제가 집 산 거랑 무슨 상관인 거죠?


아주머니는 내게 돈자랑이 하고 싶으셨던걸까, 아니면 우리딸도 집사줄거란 말을 하고 싶으셨던걸까?

나와 자산경쟁을 하시기엔 나랑은 띠동갑이 넘으시고 우리엄마와 딸을 두고 경쟁하시기엔 우리엄마랑 일면식도 없는데다 그딸이랑 내가 나이차이가 너무 난다.

무슨 의도인지 공감이 가지 않아 어떤 포인트로 기분이 나빠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세상에 속해 있는 내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서울에선 월급 모아 집을 살 수 없고, 지방에선 집 살 정도의 월급을 받는 직업이 몇 안된다. 집이란 건 이제 자기힘으로 살 수 없는 게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고, 그래서

 내 손으로 마련하지 못한 죄책감이나 부끄러움 같은 것은 없다. 당연하다. 마련할 수 없는 것을 마련하지 못한 게 죄도 아니고 부끄러움도 아니다. 더이상 개인의 성실성과 근검의 문제가 아니니까. 대신 과정이 그러한데 결과인 집 마련을 자랑할 일도 아니지 않을까?


몇년 전 전국민을 분개하게 했던 한마디가 있었다. 부모도 능력이라는 말. 그리고 최근에도 부모찬스 때문에 전국에 상처받은 부모 자식들이 많다.

그런데 이미 대한민국은 부모가 능력이고 부모찬스가 당연한 사회가 되었다. 다만 내자식에겐 내가 능력이고 나의 부모는 내 능력이지만 남에 부모는 절대로 남에 능력이면 안되는, 바로 그런 사회. 자식을 사랑하면 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잡는 법을 알려주라 했던 옛말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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