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에 무슨 학습지 하세요?

아이들의 사교육 시작 시기에 대한 사유

by 황금 엄마

요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학습지'이야기를 모두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7세, 5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서 학습지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그래도 예전에는 종이 학습지만 있었는데 요즘에는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패드 학습지도 성행하게 되었다. 집집마다 패드학습지를 안 해 본 집이 없을 정도다. 마치 디지털 시대의 아이들은 패드를 다루는 능력 정도는 빨리 갖춰야 한다는 듯이...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는 나이가 되면 엄마들 사이에서도 슬금슬금 학원이나 학습지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두 딸을 데리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을 때, 다른 집 아이들은 구몬, 빨간펜, 프뢰벨, 등등을 하거나 아니면 미술학원, 음악학원, 영어학원, 논술 학원 등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딸의 또래 친구들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나도 처음에는 첫째가 미술에 관심이 있는 것같아서 미술 학원을 보냈다. 그리고 영어유치원은 못 보내도 영어는 친숙하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가는 영어학원도 보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대실패였다.

미술학원은 한 달도 못 채우고 그만두었고, 영어 학원은 1년을 다녔지만 첫째는 영어에 흥미를 가지지 못했고 아웃풋도 실패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누구보다 사교육을 잘 아는 사람이었는데, 내가 '사교육'의 활용을 잊고 있었구나.' 라고 말이다.


대한민국 사교육 시스템은 잘 되어 있다. 학습자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시장도 넓고, 경제적인 능력이 되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면 여러 개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장도 마련되어 있다. 잘만 찾으면 훌륭한 선생님들도 많다.


나는 한국의 사교육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교육을 맹신하지 않고, 잘 활용한다면 아이들이 인생을 설계하는 데 꽤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시작하는 시기는 아이들마나 다를 수 있으며 신중해야 한다. 또한 시기를 앞당긴다고 해서, 빨리 시작한다고 그 효과가 좋은 것도 아니다.

우울하게 학습지하는 아이.png 학습지를 하는 아이를 잘 살펴 보세요.

5세 아이들은 개월수로 따지면 48개월에서 60개월 아이들이다. 태어난지 4년 조금 넘은 아이들이 과연 학습지나 학원 시스템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사교육 시스템이 효과를 내기위해서는 기본적인 학습과 반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강제성도 선행되어야 한다.


아무리 아이들이 학원이 재미있어서 놀러다닌다고 해도 일주일에 2~3번을 규칙적으로 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학원 입장에서도 그렇다. 중고등학교 아이들은 성적으로 아웃풋을 보여 줄 수 있지만 5세, 6세, 7세,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아웃풋이 그렇게 눈에 띄게 좋을 리가 없다. 만약 이 연령대 아이들에게 좋은 아웃풋이 나온다면 학원의 압력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5세~7세의 아이들은 거의 글을 읽지 못한다. 만약 글을 조금 빨리 뗀 아이들이라고 해도 유창하게 읽지는 못한다. 무언가를 읽고 습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영어도 못 읽는다. 이런 아이들을 앉혀서 학습지를 시키고 한글을 시키고 파닉스를 시키면 일부 아이들에게는 이 일이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지도 모른다.


사교육을 빨리 시작한다고 해서 아이가 우수해지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한글이나 영어의 알파벳을 빨리 학습했다고 해서 아이가 똑똑해진다거나 책을 잘 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를 알고 있다.


5세, 6세, 7세 아이에게 어떤 사교육을 시킬지 고민하고 있다면, 아이와 어떻게 놀 것인지 놀이의 질을 한 번 고민해보는 건 어떨지 제안해 보고 싶다. 단지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주고 키즈카페나 좋은 여행을 다니는 것 외에 아이와의 일상 시간들을 어떻게 채우고 그 아이들과 어떻게 좋은 추억을 많이 쌓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학원이나 학습지가 들어가면 엄마나 아이의 인생이 복잡해진다. 유치원생인 아이들과는 조금 단순하게 살아봐도 되지 않을까.


아이들은 절대 어릴 때 받았던 사교육은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와 재미있게 지내거나 놀았던 기억은 나이가 먹어도 두고 두고 기억한다. 왜 사교육은 그렇게나 열심히 찾아보고 서로 이야기해보면서 아이와 어떻게 놀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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