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라는 게 무너지는 순간
북카페를 처음 시작할 때 나는 혼자 하지 않았다.
직원이 있었다. 정규직 직원. 그때는 몰랐다.
사장님이 되려면 커피를 잘 만드는 것보다, 사람을 보는 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만큼 그 직원과의 일화는 너무 많지만,
오늘은 그중 한 가지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처음 우리 매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했다.
아직 손님들이 어떤 시간에 매장을 많이 찾는지 알수 없는 상황이었고, 직원이 있었기 때문에 풀타임으로 매장을 운영해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할 것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매장을 지키고, 직원은 오후부터 마감을 담당했다.
나는 퇴근 후에도 일이 밀려 있어서, 가끔 직원에게 메신저로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실시간으로 답장이 왔고, 나는 직원이 성실하게 일하고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조금씩 불안한 마음을 놓고 퇴근 시간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월말 정산을 하던 어느 날.
매장 키오스크에서 영업 기록을 확인하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응? 10시 마감인데 키오스크 마감 시간이 8시, 9시…?"
마감 시간이 제각각이었다. 그 순간 기분이 싸했다.
혹시나 싶어 지난달, 지지난달 데이터를 확인했다.
그리고, 순간 뒷목을 잡았다.
그동안 나는 아침마다 부지런히 출근해서 커피를 내리고, 청소를 하고, 매장을 정리하며 하루를 버티고 있었는데, 정작 직원은 퇴근 시간을 스스로 조정하고 일찍 집에 가고 있었다.
우선은 직원을 불러서 정확한 퇴근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자 직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저녁을 못 먹어서요. 배고파서 일찍 갔어요."
내가 메신저로 질문했을 때도, 그는 이미 집에 있었다. 가게를 닫고 집에서 답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의 충격과 배신감이란.
"상식이라는 게 무너지는 순간"
직원도 사람이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때로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실수도 어느 정도 상식적인 범위 안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월급은 정상적으로 받고, 근무 시간은 본인이 조정하고, 가게 문은 멋대로 닫고,
그 와중에 나는 퇴근 후에도 일하면서 그 직원이 매장에 잘 있는 줄 알았던 거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사람 보는 눈이 없으면, 사장이 되면 안 된다."
심지어 그 직원은 매장에서 무단 취식도 하고 있었다. 가족이나 지인이 오면 무료로 커피와 디저트를 내어주는게 일상이었고, 이 또한 월말 재고 조사를 하다 내가 발견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 일한다."
그 일 이후로, 나는 직원 없이 혼자 일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믿는 게 어려웠다.
다시 직원이 생기더라도, 내가 온전히 맡기고 신뢰할 수 있을까?
그때만큼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사장님이 된다는 건, 그저 커피를 만들고 책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믿고,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라는 걸.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언젠가 다시 카페를 운영하게 된다면,
나는 좋은 직원을 만날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는 한, 당분간은 혼자 일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언젠가 사장이 된다면,
나 같은 실수는 하지 않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