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를 운영하면서 가장 좋았던 시간
"사장님, 여기는 어떤 커피가 맛있어요?"
북카페를 운영할 때 종종 손님들에게 받았던 질문이다.
나는 자신있게 말했다.
"저희는 라떼 맛집입니다. 특히 아이스 카페 라떼가 제일 인기가 많아요."
나도 아이스 카페 라떼를 가장 좋아했다.
내가 오랜 고민 끝에 고른 원두가 라떼로 마실때 가장 잘 어울리는 원두였기에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매일 마시는 출근길 커피 한 잔은 따뜻한 아메리카노였다.
문을 열고 매장에 들어가 불을 밝히고 가장 먼저 커피 머신의 스위치를 확인한다. 커피 머신은 예열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어 신선한 공기를 들여보내고, 테이블 위를 한번 더 정리한다. 밤 사이에 쌓인 먼지는 없는지 바닥까지 한번 더 확인한다.
그리고 그 모든 준비가 끝나면, 나는 항상 가장 먼저 커피 한 잔을 내려서 마셨다.
매일 아침, 커피의 맛을 체크하는 것은 중요한 의식 같은 것이었다.
커피 머신의 상태는 좋은지, 원두의 컨디션은 괜찬은지, 에스프레소의 크레마는 적당한지, 입안에서 퍼지는 커피 향과 바디감은 괜찮은지. 그 모든 것을 체크하기 위해 나는 하루의 시작을 꼭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과 함께했다.
커피 맛을 체크하는 일도 중요했지만 사실 아무도 없는 매장에서 그 순간이 하루 중 가장 여유롭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순간 만큼은 아무리 힘들어도 북카페를 운영하는게 행복했다.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잠시라도 책을 펼쳐보는 시간.
그 순간이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도 문득 의문이 든다.
그때 나는 정말 행복했던 걸까? 아니면, 그 시간이라도 행복했다고 느낀걸까?
왜냐하면 매장 문을 여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침의 여유는 잠시뿐이었다.
오전 8시가 되면 매장 문을 열어야 했고, 문을 연 순간부터 나는 다시 사장님이 된다.
손님이 언제 올지 모르니 항상 긴장 상태로 있어야 했다.
그럼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커피를 마시면서 쉴 수 있었나?
아니다. 책장 정리, 화분 관리, 냉장고 정리, 식기 관리, 택배 포장, 청소…
쉴 틈이 없었다. 나는 왜 몰랐을까? 카페 사장님은 우아하게 커피만 마시면서 손님을 맞이하는 줄 알았지.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다.
"그런 건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에요."
카페 사장님이 마시는 커피는, 그냥 커피가 아니었다. 하루를 버티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생존 음료에서부터 시작한다.
북카페를 정리한 지금, 가장 그리운 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똑같이 대답할 것이다.
"출근해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
북카페는 사라졌지만, 그 시간만큼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있다.
그리고 가끔은 그립다. 그 순간처럼 온전히 나 자신으로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지금은 어떻냐고? 그래서 매일 아침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장소는 달라졌지만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는 방법은 찾고 있는 중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나요?
하루 중 단 몇 분이라도, 온전히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순간.
만약 그런 시간이 있다면, 그 순간을 더 오래 간직하길 바란다.
나는 그때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당신은 지금 그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