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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Jun 22. 2022

#3. 관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나의 해방일지


「나의 해방일지」는 퇴사 이후의 제 삶과 생각들을 기록하는 곳입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성취, 실패의 경험들을 진실되게 담아내고자 해요. 현재 저는 자유롭고 평안한 삶 속에서 기초를 견고히 하는데 힘쓰며, 창조적인 일들을 해내고 있고, 앞으로 더 잘 될 것입니다.

바람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저는 믿습니다. '우리는 모두 더욱 잘 될 운명입니다.'


#인간관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나는 나보다 훨씬 젊은 세대들과의 대화 기회가 주어지면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듣는 편인데, 그들과의 수다는 늘 신선하고 버라이어티 해서 대화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

새벽에 쿠팡맨을 하면서 운동도 하고 그 돈은 오직 술값으로만 쓴다는 박대리, 유럽으로 여행 갔을 때 K_POP효과로 현지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는 김사원, 회사일도 부업일 뿐 인스타 인플루언서로 돈을 버는 이대리, 여자 친구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 등. 이렇듯 N Job, 자산 투자, 부동산 데이트, 연애와 결혼상대에 대한 생각 등 그 주제 영역과 내용은 내 또래의 세대에서 얻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매번 새로운 세계로 초대받는 것만 같아 그들이 재미있고 좋았다. 대화 상대가 호감을 갖고 임하면 은연중에 드러나는 법인지, 어린 후배들이 먼저 대화를 요청하거나 종종 따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태도가 처음부터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십삼 년 전에 만난 후배와의 인연이 가장 큰 계기가 되었는데,

그녀는 좋은 스펙, 원만한 성격과 단정한 외모로 입사초부터 상사와 동료들에게 한껏 기대를 받는

전도유망한 신입사원이었다.

하지만,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태도에 대한 보수적인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대화 도중 마치 미드에 나오는 대학생처럼 자연스럽게 책상에 걸터앉는다던지,

조금이라도 부담되는 업무를 받으면 '헐~'이라는 말을 습관처럼 사용했다.

사람들은 '요즘 애들은 곱게만 자라서 저렇다', '공부만 한 애라 사회생활 잘 못할 것 같다',

'신세대라 그런지 행동이 너무 자유롭다'며 뒤에서 수군거렸다.

창피한 일이지만 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와 단 둘이 야근을 한 후 저녁식사 자리를 갖게 되었고,

자연스레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다. 대화가 깊어질수록 그녀에 대한 감정이 호감으로 바뀌었다.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형제 많은 집에서 자란 것도 신기한데,

동생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맏언니로서의 책임감이 강하고, 의지와 생각이 반듯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사용하는 문장과 단어 속에는 시원하고 털털한 그녀의 성격이 담겨있었다.

나는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정보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직장선배로서 조언해 줄 것보다

어린 그녀에게 배울 것이 훨씬 더 많았다. 겉으로 보던 모습보다 내면은 더 성숙한 사람이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말이 옳았다.



누구나 마음의 문을 똑똑! 두드리면 아픔 한 가지, 사연 한 가지 그 이상은 갖고 산다.

저마다의 상황과 사정이 있다는 이야기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이런 명대사가 있다.

출처: NAVER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널 알아.

우리는 누군가에 대해 자세히 알고 나면 대부분의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오히려 더 사랑하게 된다.

그렇게 마음을 열고 나니 그녀의 독특한 행동들은 오히려 귀엽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신세대의 세계를 동경하게 되었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싶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말들을 주로 사용하는지, 그 말의 뜻은 무엇이고 언제 사용하는지 등을 공부하고

궁금한 것은 닥치는 대로 그녀에게 물어보고 배웠다.

그저 그녀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했던 순수한 행동이었지만, 훗날 의외의 곳에서 그 덕을 보았다.

한창 사춘기를 앞둔 아들과 아들친구들 그리고 조카들과 소통할 때 베리 나이스였다.

어딜 가나 말 잘 통하는 엄마이자 인기 있는 큰엄마, 친구 엄마였다.

나이나 성별, 환경을 떠나 모든 인간은 각자의 세계가 있고, 그 세계를 존중해 주었을 때 나도 상대로부터 존중받게 되는 것이다. 상호존중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당연한 것이지만 누구나 실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공식적인 회의석상도,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사교클럽도 아닌 선배와 편한 자리에서 대화하다가 책상에 걸터앉는 게 무슨 대수였을까. 조금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의 모습이었을 뿐.


출처: pixabay

물론, 매너가 없는 것과 자유로운 것은 다르다.

타인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말과 행동은 조심하고, 가능한 자신을 좋은 이미지로 어필할 줄 아는 능력은 말 그대로 능력이 되는 세상이니까. (그 후배에게 '헐'이라는 말은 가급적 사용하지 말 것을 권했더니 바로 교정했다. 그 말을 쓰고 있었는지 조차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것도 아니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남 이야기를 가볍게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남에게 손가락질할 때 자신을 향하고 있는 손가락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면 뜨끔 할 텐데.

뜨끔할 겨를도 없이 나 역시도 그런 마음이 불쑥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또 되뇐다.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자고. 이 모든 것이 진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이다.   


서로 간의 차이는 살아온 환경의 다름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환경이 달랐으니 저마다 생각과 행동양식이 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데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나와 맞지 않는 상대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거나, 그마저도 못하면 혼자 속상해하며 힘겨워한다.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답답한 상대도 그의 세상에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우리는 관계에 있어 매 순간 깨어있어야 한다.

'그래, 너와 내가 다른 것은 정상이다'라고.
'자세히 알고 나면 다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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