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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Jun 30. 2022

#6. 백수의 일상 감사

나의 해방일지


「나의 해방일지」는 퇴사 이후의 제 삶과 생각들을 기록하는 곳입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성취, 실패의 경험들을 진실되게 담아내고자 해요. 현재 저는 자유롭고 평안한 삶 속에서 기초를 견고히 하는데 힘쓰며, 창조적인 일들을 해내고 있고, 앞으로 더 잘 될 것입니다.

바람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저는 믿습니다. '우리는 모두 더욱 잘 될 운명입니다.'


#비 오는 날

#백수의 일상감사 #시 감상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이어지는 장마.

오늘 내리는 빗줄기는 참 굵고 거센 것이 시원시원하다. 덕분에 예정되었던 아침 운동도 취소되고, 온전하게 나만의 시간으로 자유로운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음악 듣기, 책 읽기, 넷플릭스 영화 보기, 맛있는 음식 먹기, 뒹굴뒹굴하면서 만화책 보기, 가볍게 스트레칭하기... 생각만 해도 온몸에 행복 바이러스가 퍼진다. 뭘 하기 전에 밤새 빗소리를 들으며 생각난 것을 정리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비가 올 때면 박창우 시인의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가 떠오른다.

눈을 뜨면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그 시.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 박창우>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끗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그거야 그때뿐이지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 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갈지 누가 알겠나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

개똥 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 행복한 거야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자, 한잔 들게나

되는 게 없다고

이놈의 세상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야



삶이 힘들 때면 한 번씩 꺼내 읽었던 글. 그보다는 누군가 힘들다고 하면 슬며시 전해주기 위해 더 많이 보았던 시였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라는 말은 내가 사는 삶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증명받는 것 같았고, 묘하게도 안정감이 들었다.


'내 삶이 이상한 게 아니다. 다들 비슷하게 산다'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는 게 삶이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 '비가 내리다 보면 반드시 맑은 날도 오는 법'이라 생각했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쉬운 세상. 개똥 같은 희망이라도 품고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해주는 게 참 좋았고 희망적이었다.


출처: pixabay
Life isn't about waiting for the storm to pass.  
It's about learning to dance in the rain.

인생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비 속에서 춤추는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 Vivian Greene

행복한 삶은 행복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틈날 때마다 내 실력을 키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능동적으로 살아야 한다. 내가 잃은 것보다 내게 주어진 것들을 잘 찾아내고 매사에 감사할 줄 아는 태도도 지녀야 한다.

직장인에게 백수는 꿈의 대상이지만, 막상 백수가 되면 생각이 많아지기는 마찬가지다.

밉게 보면 불안하고 괴로운 일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쉽게 오지 않을 쉼표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감사하고 귀한 순간이다. 쉬어보니 쉬는 것도 해봐야 늘고 제대로 누릴 수 있다.


백수가 된 후로 가장 좋은 점은 '일상의 자유로움'과 '정서의 여유로움'이다.

인간관계 스트레스도 거의 제로에 가깝고, 오늘처럼 궂은 날씨에 출근하며 겪는 날씨 스트레스도 없다. 오히려 빗방울의 아름다움과 함께 커피 한 잔의 낭만을 만끽 할 수 있다.

방금 천안에 대학교수로 근무하는 대학원 동기로부터 출근하다가 다시 서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안타까운 전화가 걸려왔다. 나 또한 비 오고 눈 오는 날 출근하다가 식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또다시 내게 닥칠 일이겠으나, 지금은 현재의 평안함을 즐기면 된다. 마음이 편안하면 초가집도 평온하고 성품이 안정되면 나물국도 향기롭다 했다.  


지금 이 순간,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하게.

주어진 하루를 뜨겁게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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