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뭘 준비해야 할까?
"남미는 기후가 정말 다양하다던데?"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런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사막, 고산, 빙하, 열대우림까지
한 대륙에 다 들어 있어 준비할 게 많다는 이야기.
문제는, '안다'는 것과 '준비한다'는 것이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점이다.
조사한 정보들을 한눈에 보기 편하게 정리하기 위해
도시마다 매일의 기온, 고도, 이동 시간, 옷차림,
준비사항 등을 적어보았다.
표가 채워질수록 남미는 하나의 대륙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계절과 환경이 매일 교차하는 퍼즐의 합으로 보인다.
28일의 대장정 중에서
이동시간으로 소요되는 시간은 8일.
국경을 넘는 주 이동수단은 비행기이고,
국가별로 허가되는 수하물의 무게편차 때문에
짐을 쌀 때 주의가 필요하다
페루에서 7일,
볼리비아에서 3일,
칠레에서 3일,
아르헨티나에서 6일,
브라질에서 2일을 머물다
다시 마지막날
미국을 경유하여 한국으로 돌아온다.
페루.
바다, 정글, 산맥, 고원, 사막, 협곡을 전부 볼 수 있는 나라.
남미여행의 진정한 시작은
페루의 수도인 리마에서부터이다.
리마는 20도 전후의 온화한 기후에
안정적인 도시 인프라가 갖춰진 곳이라
부드럽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카와 와카치나로 향하면 햇볕은 한층 강해지고,
사막의 건조함이 피부로 직접 느껴질 것이다.
옷차림은 더 얇아지고, 신발도 가벼워져야 한다.
페루에서 나흘째 되는 날에는 우루밤바로 이동하면서
기온의 낙폭이 크게 벌어진다. (약 7도까지도)
특히 밤공기가 급격히 차가워지기 때문에
얇은 옷들을 켜켜이 겹쳐 입을 준비도 필요하다.
우루밤바는 마추픽추로 한 번에 가기 어려워 들리는
중간 마을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곳이란다.
고도 역시 빠르게 높아진다.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긴장하게 되는,
고산지대 구간의 시작점이다.
페루는 한 나라 안에서
‘도시 → 사막 → 고산’이 빠르게 교차하는 곳이다.
몸이 서서히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적응하는 연습을 하게 될 것 같다.
볼리비아의 수도는 라파스다.
하늘의 별과 가장 가까운 수도라는 설명처럼
높은 고도를 자랑한다.
라파스의 고도 3,640m,
우유니 3,650m이다.
<참고로 한라산 정상(백록담)이 해발 약 1,947 미터이다>
얼마 전 고도 800m의 대관령을 지날 때
귀가 먹먹해졌던걸 감안한다면,
이 고도에서는 일상의 기준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평소와 같은 속도로 걷지 못하고,
작은 움직임에도 숨이 가빠지고,
산소가 부족한 탓에 잠의 깊이도 달라진단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은
신체변화에 따른 대처가 어렵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고산지대에서는
‘얼마나 잘 쉬고, 얼마나 체력을 잘 관리하느냐’가
핵심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는 장소가 있다.
'언젠가 한 번은 꼭 가보고 싶다'며 염원했던 우유니 사막.
마침 2월은 우기라,
하늘이 땅에 비치는 미러링 현상을
톡톡히 볼 수 있다고 하니 금상첨화다.
비 올 것을 대비해 우비와 여벌 옷을 준비하고,
인생샷을 위한 다양한 포즈도 봐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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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에서의 숨은 가빠지고
움직임도 둔해지겠지만,
그만큼 풍경은 더 깊게 들어올지도 모른다.
이곳에서는 무엇보다도 여유로움과 낭만을 즐길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칠레는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나라다.
그런 이유로 한 나라 안에 여러 계절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번 일정에서도 그 차이가 드러나는데
사흘 중 이틀은 산티아고(약 15~30도)에서 따뜻한 계절을 보내고,
하루는 푸에르토 나탈레스(약 7~15도)에서 쌀쌀한 계절을 보낼 예정이다.
건조하고 따뜻한 중부 도시의 공기와,
파타고니아 특유의 차갑고 강한 바람이
같은 국경 안에 공존하는 셈이다.
그래서 얇은 옷들을 겹겹이 입고,
방풍 재킷, 보습제 같은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산티아고의 풍경을 보니
다시 도시의 리듬이 느껴진다.
상점과 카페,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칠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와인.
칠레의 햇볕과 토양이 만든 맛을
본토에서 꼭 음미해보고 싶다.
칠레에서의 사흘째 되는 날엔
새벽시간을 틈타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
푸에르토 나탈레스를 경유하여
아르헨티나 칼라파테로 이동하는데
새벽공기가 무척 쌀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위에 대비해야 한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이렇게 다른 하루를 살게 된다는 사실이,
칠레라는 나라를 더 입체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아르헨티나 내에서
칼라파테, 우수아이아, 부에노스 순으로 이동한다.
남반구에 위치한 아르헨티나는
절기가 우리나라와 정반대라,
2월은 여름 끝자락이다.
< 6~8월은 겨울, 12월~2월은 여름>
여행 가기 가장 좋은 시기가 11월에서 2월 사이라고 하니
이번 선택이 탁월했다.
겨울은 매우 춥고, 여름에도 선선하다.
안개가 많고 습도가 높은 편이라 여름이라 하더라도
옷차림은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올라가면 분위기는 완전히 바뀐다.
따뜻한 공기, 늦은 저녁 문화, 도시 특유의 여유가 느껴진다.
남미여행의 매력 중 하나는 단연 다양성이다.
뜨거운 햇볕과 차가운 바람이 사람을 말렸다 녹였다 하며,
어느새 과메기처럼 단단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남미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걸까.
브라질에 들어서면 공기의 밀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30도를 넘는 기온, 높은 습도, 빠르게 소모되는 체력.
이과수 폭포의 자연은 압도적일 것이고,
리우는 동시에 긴장감을 요구할 것이다.
즐거움과 경계심이 동시에 작동하는 공간.
브라질은 '기후'가 곧 '에너지'로 느껴질 것 같은 나라다.
일정을 예습하니 명확해졌다.
이번 여행은 매일 다른 환경에
몸을 다시 세팅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어떤 날은 고도에 적응해야 하고,
어떤 날은 바람과 싸워야 하고,
어떤 날은 더위를 관리해야 하고,
어떤 날은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기후의 다양성은 정보로 아는 것보다
실제 체감할 때 훨씬 더 크게 다가올 것이기에
철저한 준비가 중요하다.
각 나라의 풍경은 다르고,
그 풍경 속에서 내가 써야 할 몸의 리듬과 회복의 속도,
긴장의 밀도와 하루를 보내는 방식 역시 모두 다르다.
일생을 살면서 한 달 동안
이렇게 많은 변화에 몸을 맡길 수 있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무척 낯설고 두렵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경험이 될지 모른다는 설렘도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