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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Jun 20. 2022

#1. 저도 한번 퇴사해봤습니다.

나의 해방일지


「나의 해방일지」는 퇴사 이후의 제 삶과 생각들을 기록하는 곳입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성취, 실패의 경험들을 진실되게 담아내고자 해요. 현재 저는 자유롭고 평안한 삶 속에서 기초를 견고히 하는데 힘쓰며, 창조적인 일들을 해내고 있고, 앞으로 더 잘 될 것입니다. 

바람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저는 믿습니다. '우리는 모두 더욱 잘 될 운명입니다.' 



#9,756일째 되는 날!

#퇴사해봤습니다


 27년간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지난 3월 중순경, 사직서가 수료 처리되는 일주일 사이 나의 퇴사 소식은 주변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알려졌고, 한동안 그들의 궁금증과 마주하느라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왜 그만두는 거니?', '그만두고 뭐할 거니?', '다시 생각해보면 안 될까?'가 주를 이룬 대화였고 아주 드물게 퇴사 후의 나의 모습을 기대하는 이도 있었다. 누가 보아도 월급 잘 나오는 안정적인 회사를 내 손으로 박차고 나가는 것에는 뭔가 대단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럴싸한 답이 없으니 걱정이 앞섰을 테고,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동료가 떠난다는 사실이 슬펐을 것이다. 표현방식은 제 각각 달라도 그것이 나에 대한 호의와 애정임을 안다. 그리고 앞서 회사를 떠났던 수많은 선배들을 보내 드릴 때 나도 느꼈던 감정들이다. 다만, 나는 나의 의지와 선택으로 결정했다는 점이 선배들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조용히 속으로 외쳐댔다. 그래야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적절한 타이밍이 찾아와 갑작스럽게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이때 즈음의 퇴사는 여러 이유로 한참 전에 계획된 것이었다. 첫 번째 이유는, 나 스스로가 선택한 '독립'을 원했다. 

출처: pixabay

다수의 기업에서는 기업 생존을 위해 근로자를 내보내는 이른바 명예퇴직 또는 정리해고를 비정기적으로 실시한다. 비오기 전의 양떼구름처럼, 무성한 소문이 돌고 난 후엔 어김없이 해고 폭풍이 휘몰아친다. 내 경험상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고, 긴장감 속에서 서로 눈치 싸움하느라 숨쉬기조차 조심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다른 곳에 비해 제법 넉넉한 위로금을 제시했지만, 요즘 같은 취업난에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을 잃고 싶어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절할 수 없는 제안과 협상이 오가며 정리해고는 결국 회사가 정해둔 기준치를 맞춰간다. 여기에 모든 걸 적을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직원들 마음의 생채기는 생각보다 크다. 떠나는 사람도 힘들었겠지만, 남은 사람도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럽다. 당장의 업무량 증가는 둘째 치고,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내 미래이기도 하니까. 내 뒷모습은 다르고 싶었다. 결혼하고도 의지할 수 있는 친정집처럼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해줬던 고마운 회사가 늘 그립고 좋은 인연으로 남아주길 바랬다. 그래서 다짐했다. 때가 오면 내가 먼저 독립을 선언하겠노라고.  


출처: pixabay

두 번째, 미래를 위해 조금이라도 젊을 때 바깥세상에 나오는 것이 필요했다. 

나의 역량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의 경험과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다(나중에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인력 시장에서도 남녀차별은 존재한다.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 중에는 나이 많은 여성은 전문가임에도 이모님이라고 생각하는 해괴한 논리를 가진이가 있었다(제발 내 주변만의 일이기를 바란다). 그런 말들은 내게 하루라도 빨리 회사 밖으로 나아가 뿌리를 내리라는 말처럼 들렸다. '이모님이 되기 전에 빨리 나가! 나가라고!'. 남성은 나이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오히려 경력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그렇지 못한 경우를 자주 봐왔다. 남성과 여성의 흰머리를 바라보는 관점과 유사하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드라마 '미생'에 나온 명대사다. 직장생활을 버티게 해 준 말임과 동시에 퇴사 후 삶에 대한 전략과 단단한 마음가짐을 준비하게 한 말이다. 지금은 단단한 껍데기를 갓 벗어던지고 나온 망고스틴 알맹이 신세지만, 나의 세계가 점점 더 확장되고 견고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 이유들은 다음번 글들에서 나누어 다루겠다. 


출처: pixabay

세 번째, 나의 진짜 모습을 찾고 싶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일을 대충 하라고 타인이 말하는 것을 경멸한다. 속으로 '그럴 거면 왜 나한테 시켰어?'라고 생각하는 나는 완벽하고, 꼼꼼하고, 예민하다. 거기에 매우 분석적이고 집요하기까지 하다. 꽂히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한다. 이런 점들이 장점으로 발휘되면 폭발적인 성과로 이어진다. MBTI 유형으로 본다면 ISTJ에 해당하는 그런 인간이다(원래 성향은 ENFP). 하지만 이게 진짜 나일까? 회사에서 낸 성과와 인정이 기쁨으로만 끝난 적이 거의 없다. 늘 시새움이 따라붙었고, 나의 차가운 일처리 스타일은 종종 크고 작은 마찰을 만들었다. 내가 ISTJ가 맞다면 주변의 소음이나 관계에 덜 민감했겠지만, 나는 그런 괴로움과 갈등을 원치 않았기에 점점 더 위축되고, 신중하고, 조용한 사람이 되어가는 쪽을 택했다. 그나마 그게 더 마음이 편했으니까. 지금 내 모습이 진짜가 아니라는 증거는 이 외에도 넘쳐난다. 겹겹이 쌓인 가면들 속에 어떤 게 진짜 나인지 이제는 헷갈린다. 이제는 '참나'로 살아보고 싶다. '참나'가 아닌 삶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연극일 뿐이다. 끊임없이 연기하며 살다 보면 쉬이 지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나는 버티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결정적으로 퇴사 선택을 위한 '현실', '미래', '전략'을 점검하면서 위의 마지막 질문에 끝까지 답하지 못하는 나를 깨달으면서 떠날 다짐을 마쳤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텅 빈 마음을 채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디파짓챌린지 #부지런21일챌린지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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