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어른 영화

by 봄치즈

작년 연말 가족들과 <아바타: 물의 길>을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갔다. 시작 전 앞으로 있을 상영작에 대한 예고들이 올라왔고 한 영화가 눈에 띄었다.


“인디아나 존스 5, 2023년 6월 대개봉”


사실 액션 및 어드벤처 장르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만큼은 특별하다.

어린 시절 큰 딸인 나를 자주 데리고 다니시던 아빠. 아빠는 책뿐만 아니라 영화를 사랑하시는 분이셨다. “영화는 영화관에 가서 봐야 졔 맛이지.”라는 아빠의 영화철학 덕분에 비디오테이프를 빌릴 수 있었지만 어린이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난 영화관에 가서 직접 보는 호사를 누리곤 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마침내 아빠는 ‘어린이 용’이 아닌,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수준의 액션 장르도 보게 해 주셨다. 엄마 아빠가 보는 영화를 나도 이제 같이 앉아 볼 수 있다니! 그 사실 자체만으로 ‘어른이 된 듯’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첫 영화가 바로 <인디아나 존스>다.


당시 추석연휴를 맞아 강원도 할머니댁에 놀러 가 있었다. 어린 동생들을 보는 엄마와 할머니의 손을 덜어드리고자 이 날도 아빠는 아침부터 아빠는 나를 도맡으셨다. 근처 무릉 계곡을 등반하고 내려오는 길, 아이스크림을 하나 얻어먹고 신나 있던 나에게 돌아가는 길, 영화관에 위에 올려져 있는 <인디아나 존스> 그림판을 보고 ‘같이 볼까?’ 제안하신 아빠. 뛸 듯이 기뻤다.


작은 시골 마을의 영화관이어서 내부엔 사람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손에 땀을 쥐게 했던 흥미진진한 액션에 소리를 질렀다, 아빠 팔에 들러붙었다 떨어졌다 하며 영화 속에 빠져들었던 시간들. 영화가 끝나고도 흥분한 상태인 나에게 아빠는 배우 및 감독, 작품을 찍었던 장소 등 영화 관련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셨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자주 접해서인지 지금도 영화를 사랑한다.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절대 몇 가지로 꼽을 수 없다. 호러나 멜로 장르는 다소 선호하지 않지만 여러 작품들을 볼 때마다 그것에 담긴 감독들의 다양한 색과 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가치들을 발견할 때면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동시에 그들의 천재적인 예술성을 같은 시대 안에서 감상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흐르는 강물처럼> 속 허공을 가르며 낚싯줄을 던지는 브래드피트 모습을 보며 정처 없는 청년의 방황과 내사춘기 시절 내 마음 속 갈등이 닮아있나 살펴보기도 했고, <아웃오브아프리카> 속 아스라한 석양을 보며 훗날 ‘아프리카로 신혼여행을 가야지’ 하며 미래를 꿈꾸기도 했다 (물론 이루지는 못했지만). <여인의 향기> 속 탱고 음악에 맞춰 자유로이 춤추는 시각장애인 알파치노를 보며 마음 속 열정은 비단 겉모습으로 가늠할 수 없음을 확인했고, 한 없이 우울해질 때면 영화 <디아워스> 속 각 시대의 세 여인이 느꼈을 그들만의 우울감으로 내 마음을 덮어 치유했다. 스스로를 너무 몰아치는 듯한 나 자신을 볼 때마다 <위플래시>를 상기시키며 ‘무엇을 위해 나아가는 것인지’ 반성어린 마음으로 나를 직시하기도 한다.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을 누구보다 잘 보여준 <다크나이트>을 보며 나도 모르게 폄하했던 히로무비를 다시 보게 되었다. 현실과 꿈에 대한 괴리감을 느낀 몇 년 전에는 다시금 <라라랜드>를 보며 아름다운 현실 속에 담긴 아픈 추억들과 그 가치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졌다.


CGV골드멤버를 자랑하는 나였건만 아이를 출산한 후 가장 아쉬웠던 점은 영화관에 가서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걸어서 10분이면 극장에 갈 수 있는 친정집과는 달리 이곳은 영화관까지 거리가 멀기도 하고 가끔씩 밤에 엄마를 찾는 아이로 인해 아직까지는 영화관 외출이 나에겐 사치다. 그래도 이제는 웬만큼 자란 아이들로 인해 만화 애니메이션이 아닌 <아바타> 같은 3D영화를 함께 볼 수 있으니 이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요즘은 넷플렉스 및 랩탑으로도 어디서든 보기가 가능하니 (물론 영화관 관람과는 그 느낌이 다르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보고 싶은 영화를 리스트업 해두고 있는 중. 앞으로 보고싶은 영화 중1순위로 적어 둔 것은 앤서니홉킨스의 <더 파더>. 속사포같이 하루 중에서 '영화를 위한 두 시간'을 투자할 만큼의 여유가 아직 있진 않지만 그 날들을 위한 영화 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인디아나존스 5>가 나오는 2023 올해.

우연찮게도 막내아이 또한 초등학교 3학년으로 내가 처음 아빠와 처음 이 영화 시리즈를 본 나이와 같은 나이다. 외할아버지와 엄마가 본 시리즈를 이어서 자신들도 본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면 얼마나 신기해할까? 영화에 얽힌 우리만의 재미있는 스토리가 또 하나 생기는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다이어리를 꺼내 6월 달의 계획표에 ‘가족영화관 나들이’를 추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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