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으로 걷는 중

직선 vs 곡선

by 봄치즈

빠르고 명료하게, 원하는 곳에 도착하는 것을 지향했던 20-30대의 나의 행보는 매우 직선적이었다. 거기에는 젊은 패기와 열정도 한 몫했을 것이다. 여러 날 계속되는 밤샘 작업에도 끄덕 없었던 젊은 날의 시절엔 몰입을 할수록 그에 상응한 만족스러운 결과들이 항상 뒤따랐고 그리고 이러한 성취감은 또 다른 달림의 구름판이 되었다.


그러나 결혼, 타국으로의 이주, 출산, 육아 등으로 할 일이 늘어날 때마다 ‘한 가지로만의 몰입’을 위한 시간적인 여유는 사라졌다. 더불어 나이가 들면서 오는 체력의 저하는 직선으로 뻗을 수 있도록 밀어붙여주는 추진력 또한 약해지게 했다.


곧은 직선과 같았던 나의 행보는 흐물흐물 힘이 빠지면서 곡선의 형태가 되어갔다. 한 동안은 이러한 변화가 답답하기도 하고 생각만큼의 결과들이 보이지 않아 짜증스럽기도 했다. 특히나 모든 일에 있어서 ‘시간 대비 효율성’을 따지는 성향이다 보니 내 높은 기대치에 상응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더 많이 다그치고 잠을 줄이면서까지 어떻게든 부족한 만큼의 노력’을 해왔던 것 같다. 문제는 그럼에도 별로 만족스럽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워낙 강했는데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하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밤샘은 고사하고 과거에 비해 집중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혹시 후천성 성인 ADHD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기도. (물론 ‘그렇다면 세상 모든 사람이 ADHD일 거다’라는 남편의 말에 정신 차리긴 했다.)


적지 않은 시간 스스로 많이 생각하며 대화해 본 결과 내 마인드 셋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지금 삶에서 필요한 것은 하나에 대한 집중이 아닌 중요한 여러 요소들을 아우를 줄 아는 '삶에 대한 유연함'이며 이들 하나하나의 가치를 볼 줄 아는 안목임을 알았다.


20-30대에는 나름의 스킬들을 뾰족할 만큼 갈고닦아 왔다면 오히려 이제는 그 하나하나를 아우를 줄 알는 포용적인 자세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직선보다 곡선 같은 내 삶을 즐기고 있다. 오히려 오늘 하루 ‘경주마’처럼 너무 달려온 것 같으면 주변의 정경 및 아이들의 방문을 기웃거리면서라도 놓쳤던 다른 요소들에 관심을 보이며 다채로운 행복감으로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노력 중이다.


물론 한 가지의 요소에만 몰입하면서 그것을 좇았을 때와 비교해 본다면 그 목표지점까지 가는데 매우 오래 걸릴 것임을 안다. 그럼에도 지금은 직선보다 곡선을 선택하고 싶다. 다소 느린 걸음으로 가지만 대신 내 삶의 반경을 2-3배 넓힐 수 있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그만큼 누릴 수 있는 행복도 다양할 수 있음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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