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오랜만에 만난 동네 친구들과 아지트에 모여 한 잔의 맥주와 함께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계속 하품이 나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10시 10분. 말하고 있는 상대방에게 약간 민망해질 즈음 다행히 하품의 전염성이 작용한 듯하다. 모여있던 사람들 모두 연이어 하품을 해대기 시작한 것.
“이젠 오래 놀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질 않네. 이것만 먹고 가자.”
센스 있는 왕언니의 말에 자연스럽게 모임이 빨리 마무리 됐다. 지난번 만났을 때 늦은 시간에 들어갔더니 다음 날 내내 컨디션 최악이었다는 내 말을 고맙게도 기억해 준 것 같다.
특히 하고 싶은 것을 여유롭게 할 수 있는 일요일을 골골거리며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만큼 최악은 없다. 고로 언제부터인가 외출 약속이 있는 토요일 저녁에는 가급적 너무 피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내일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씻고 얼른 잘 준비를 시작한다. 경험 상 나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피로 회복제는 ‘충분한 수면’이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면서도 그것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 에너지를 다 쓰고 와서 그런가. 항상 나갔다 오면 기진맥진이다. 자기 전 비타민 C와 비타민 D, 쉬어버린 목을 위한 프로폴리스까지 잊지 않고 챙겨 먹는다.
살짝 틀어 놓았던 전기장판 덕분에 따땃해진 이불속 안.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다. 바로 잠에 빠져드는 게 아쉬워 배겟머리 위에 있는 몇 권의 책 중 중단편 소설집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를 꺼내 읽는다. 물론 길지 않은 글 한 편이 다 끝나기 전에 잠에 빠져들 것이다. 할아버지가 쇼코에게 남긴 편지를 떠올리며 ‘돌아가신 나의 할아버지의 마음속 꿈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오늘 내 꿈속에 방문해서 말해 주실런지도.
몽실몽실 한 느낌의 지난날의 추억의 장면들이 다가와 피로한 몸과 마음을 살포시 감싸주는 듯한 느낌. 행복하다. 내일은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아침을 열 것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