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좋다. 대부분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의 대답을 기다리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때가 있다. 아마도 상대방의 마음의 결에 맞춰 자신의 언어를 다듬는 중일 것이다. 고로 그 약간의 정막의 시간이 어색하기보다는 고마울 때가 많다. 아니면 여러 면으로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자신의 답변들 사이에서 어느 것을 고를까 고민하는 중일수도 있겠다. 나의 질문을 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에 더 고맙다.
이들 대부분은 상대의 제안에 ‘고맙습니다’와 ‘괜찮아요’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물론 일을 할 때나 명료한 답변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확연한 선을 그어주는 ‘그렇다’ ‘아니다’란 말이 더욱 유용하겠으나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음에 있어서 전하는 ‘수용’과 ‘거절’이 의미에 있어서만큼은 이 말처럼 예쁜 말이 있을까 싶다. 거절을 할 때조차 에둘러서 표현해 줄 줄 아는 그 말속에 상대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기에 그들의 ‘괜찮습니다’라는 말에는 대부분 더욱 크게 호응을 해주는 편이다. 그들의 거절에 전혀 기분 상하지 않았음을 알려주기 위해서.
“엄마, 괜찮아요. 땡큐.”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거절할 때 유난히 예쁘게 말하는 아이. 끝에 ‘고맙습니다’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매사 말을 예쁘게 하는 아이에게만큼은 ‘예외 없는 가족 규칙’을 고수하는 나조차 때로는 매우 관대해진다.
저녁 식사 후,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에게 혹시나 간식으로 요구르트와 과일이 먹고 싶은지 물어본다. 정중하게 거절을 한 후 이어지는 아이의 물음,
“엄마 그런데 밥을 아까 먹었는데 난 왜 또 배가 고플까? 맥도널드 치즈버거가 너무 먹고 싶은데 안 되겠지? 그런데 그것까지 먹으면 음식을 많이 먹는 거니 튼튼해지고 축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요리조리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 하면 패스트푸드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한 아이의 모습. 설거지를 하는 내 두통수에 대고 열심히 설득 아닌 설득을 부드럽게 하는 걸 듣자니 그 귀여운 ‘애씀’에 피식 웃음이 난다.
“나 오늘 영어 시험도 100점 맞았는데….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사달라는 것은 아니고요. 그냥 그렇다고요. 아빠한테 한번 물어볼까. 아빠가 안 피곤하면 같이 나가면 사 오면 되니까요. ”
아예 두 손까지 턱 앞에 모으고 말하고 있다.
“하하하 어쩜 저렇게 먹고 싶을까… 엄마만 오케이 하면 아빠는 오케이다!”
샤워를 하고 나온 남편은 결국 또 넘어간 듯. 결국 아이는 오늘 밤도 좋아하는 버거에 감자튀김까지 얻어먹고 ‘세상 제일 행복한 하루였다’ 외치며 잠들었다.
예쁜 말이야말로 세상 가장 힘 있는 무기임이 맞다. 적어도 나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