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눈에는 ‘쓸데없는’ 시간들

by 봄치즈

깔깔거리는 아이들 소리로 조용할 날 없는 집안.

그 안에서도 가끔씩 맞이하는 아이들만의 고요한 순간들이 있다.


늦은 아침 일어나기 싫어 밍그적거리는 침대 위 시간.

뒷마당에 나가 놀다 우연히 개미를 발견하고 그 앞에 앉아 열심히 그 움직임을 응시하는 순간.

엎드려 기어가기 놀이를 하다 방구석 흐트러진 레고 피스들을 발견하고는 웅크리고 앉아 이것저것 맞춰보는 시간.


이러한 아이들을 발견할 때마다 가급적 방해하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오늘은 토요일 아닌가. 유난히 게을러지는 아이들에게 ‘주말이니까’ 라며 더 후덕하게 넉넉한 시간을 준다. 어릴 적 내가 좋아했던 시간 중 하나도 이불 속에서 누렸던 상상의 시간이었기에.


어젯밤 봤던 소설을 떠올리고 그 속에 나를 넣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보곤 했다. 이번주 학교에서 일어났던 웃긴 사건들을 떠올리며 혼자 낄낄거리기도 했다. 아기자기한 스티커로 다이어리를 꾸미며 행복해 하던 그 곳 또한 따뜻한 이불 속, 햇빛 내리는 집앞 계단, 그리고 뒷마당의 나만의 돌담 위에서였다.


어른들이 보면 하등 ‘게을러빠진 시간들.’

그러나 중년의 지금, 가끔씩 꺼내보면 웃음 짓게 되는 너무도 그리운 행복의 시간들이다.


매일 아침 알람이 울리기 무섭게 일어나 아이들 아침 준비를 하고, 어제 돌린 식기 건조기 속 그릇들을 꺼내자마자 바로 어제 쌓인 빨래를 돌리기 바쁘다. 엉덩이 붙이고 앉을 잠시의 짬도 없는 어른의 시간들. 가끔씩 아이들의 세상 속에는 가득한 '재기발랄한 웃음'과 ‘자유로운 영혼’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의 동심을 그리워하기 전에 나는 얼마나 내 자신에게 그 시간들을 주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너희 애들 아직도 자?!”


오랜만에 전화 한 친구가 '아직 잔다'는 우리 아이들 얘기에 놀라는 목소리다. 그 집 아이들은 오전 7시부터 일어나 화상 과외를 마치고 숙제를 하고 있단다. ‘자신은 육아를 잘하고 있다’는 약간의 자랑 섞인 뉘앙스. '7살인데 일찍부터 일어나서 공부도 하고 너무 대견하네~' 기분 좋은 칭찬을 해주고 통화를 마친다.


육아에 옳고 그름이 있으랴. 그저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지금 꼭 해주고 싶은 것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주고 싶을 뿐이다.


자유로이 상상할 수 있고,

그 안에서 꿈꿀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지금 아니면 점점 누리기 힘든 시간임을 알기에.

비단 어른들 눈에게는 게으르고 쓸데없는 시간일 수도 있지만, 이 시간들이야말로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을 빛나게 해줄 '추억 속 가장 소중할 시간'이 될 수도 있음을 알고 있기에.


오늘 따라 나 역시 그리워지는 그 시간들.


조용히 앞치마를 풀고 자고 있는 이불 속 아이 옆으로 조용히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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