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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치즈 Jan 04. 2022

직장 인간 관계에서 항상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일보다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일잘하고 못된 상사'가 '일 정말 못하고 착한 상사'보다는 낫다라고 생각하지만 '최악의 성품'을 가진 '답없는 상사'일 경우는 또 다른 케이스다. 그야말로 최악의 경우가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 7년, 그리고 미국에서 이어온 11년차의 직장의 삶을 돌아보면 적지 않은 인간관계를 맺어왔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미디어 그룹의 에디터로 일해기에 그 누구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그 안에서 불편한 상황이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때려치고 싶을 정도로 인간관계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거나 누구와 갈등관계에 놓인 적이 있었느냐' 물어본다면 답은 '아니오.' 그렇다면 혹자는 말할 것이다. 이제껏 다 괜찮은 사람만 만났나보지. 과연 그럴까.


"넌 어떻게 그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어? 넌 스트레스 받지 않아?"


직장 5년차, 왠만한 회사일에는 능수능란한 가장 많은 일을 하는 연차다. 위의 상사와도 수시로 대면하고 나름 적잖이 생긴 내 후배들도 챙겨야 하는 시점. 하필 그 때의 팀장은 내 인생 최악을 사람이었다. 위안이 되는 것, 비단 나에게만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전 팀원의 적이었다. 모든 팀원이 '같이 못일하겠으니 팀장을 바꿔달라'고 임원진에게 성명서를 제출할 정도였으니 대적이 불가능한, 성격적으로 타고나길 '인성 더러운'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어찌나 윗선에는 잘하는지 능력하나 없으면서 계속해서 승진하니 우리로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일도 정말 못하고, 성격도 못됐고, 아래사람한테 모든 일은 다 시키면서, 팀원의 모든 대응에 '무식'으로 대응하는 이 사람. 까탈스럽기는 최악에다 같은 여직원들 무슨 옷 입었냐며 옷깃을 뒤집어 브랜드를 확인했고, 매일 '나 살빼야한다'고 혼자 짜증을 내면서도 야근 시간마다 떡볶이를 사다와 혼자 자기 자리에서 쩝쩝 소리내 먹으며 일 집중에 방해하기 일쑤였다. 그녀가 바르는 매니큐어 냄새에 머리가 아파야했던 그 시절. 그 아래에서 버티던 우리 팀원들은 그녀의 이상한 행실을 볼 때마다 메신저로 욕하기 바빴고, 우리가 자판을 놀릴때마다 그녀는 달려와 뒤에서 뭐하나 감시하기 바빴다. 그 와중에도 그녀와 의사소통은 필요했고 그 때마다 선배들은 나에게 부탁하곤 했다. "네가 해봐. 너를 그나마 예뻐하잖아"


1. 연기실력 기르기 - 내가 싫어하면 그 사람도 나를 싫어하니까

최악의 그 팀장이 나 또한 싫긴 했지만 사실 다른 부서원들처럼 증오까지 했던 적이 없다. 대신 택한 건 그녀에 대한 연민, 즉 '불쌍히 여겼다.' 이는 이 사람에게 뿐만 아니라 살면서 내가 만났던, '답없는 사람'에게 가졌던 전략이었고 대부분 모두 통했다. 대응법이라기 보다는 단순히 '나를 위한' 나만의 방책으로 시작된 마음가짐이었다. 누군가를 증오하거나 그에 대해 화를 내다보면 내 스스로 기분이 나빠지고 그 날 하루종일 예민해지면서 짜증으로 가득찬 날을 보내게 된다. 어느날 문득 든 생각, '그 사람이 이상한 건데 왜 내가 그 사람때문에 내 시간과 하루를 망쳐야 되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이 후 심적으로 항상 안전 거리를 갖으면서 모든 것을 멀리서 바라보는 자세를 가졌다. 그렇게 생활하다보니 어떠한 화나는 상황이 생겨도 그 사람이 오히려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쯧쯧, 이렇게 밖에 생각을 못하니 어쩌니. 과거 컴플렉스가 있었나보네.' (신기하게도 이런 사람들을 보면 다들 어린 시절 아픔이나 컴플렉스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보니 그 사람에게 대적하기 보다는 모든 것에 어느정도 거리감을 갖고 '흔연듯이 모든 것을 잘 대응해주는 사람'이 되었다. 내 진심이야 어떻듯, 그 단순한 상사는 내가 자신을 좋아하는 유일한 팀원이라 생각했고, 그 덕분에 그녀가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좋게 이야기하니 이 역시 나에게 나쁠 것이 없었다. 따라서 내가 아무리 싫어하는 인간형이라도 왠만해서는 티를 내지 않는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긴 힘들다. 나 역시도 나를 대놓고 싫어하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호의를 표하긴 힘드니 말이다. 


2.  이 사람에게도 배울 점이 있을꺼라는 희망

최악의 팀장을 겪으면서 내가 항상 생각했던게 있다. '와 이 여자를 내가 이렇게 잘 견뎠으니 이제 그 어떤 최악의 인간이 와도 난 다 잘 해쳐나갈 수 있겠네.' 사실 그랬다. 추후 부서 이동으로 다른 부서로 들어갔고 이후 겪었던 팀장은 그녀에 비하면 하나같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 미국 사람이라도 다르지 않다. 피부, 머리색만 다를 뿐이지 어딜가나 이상한 팀원을 있었고, 동료들은 각자의 전략으로 상황들을 다루어 가고 있었다. 난 이미 최악의 상황이 준 최저 기준을 가지고 있었으니 왜만한 상황에서는 스트레스는 고사하고 '그 때의 최악'이 아닌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게다가 그 팀장에게 배운 또 다른 기술. 그녀의 직장 생활 생존력이었다. '능력이 이렇게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오래 살아남을까.' 그녀를 보면서 궁금함이 일었다. 물론 그녀처럼 '윗사람 뒤에 줄서기만 잘하는' 사람은 꼴불견이지만,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윗선의 사람들이 좋아한느 것을 미리 간파하고 알랑거리는 그녀만의 전략은 잘 이용하면 나에게도 득이되는 것이었다. 모든 일을 하면서 '상사들이 좋아하고, 그들이 바라는 이 일의 성과는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된 것이다. 회사 또한 회사의 이득을 위해서 나를 고용한 것이니, 회사에 어필할 수 있는 능력과 언변을 갖추고, 윗선과의 '유둘유둘한 인간관계'까지 갖춘다면 일석 삼조다. 이 역시 그녀를 통해 얻은 가르침이었다. 


3. 절대 기대하지 않으면 생기는 소소한 감사

'기대를 하지 말자.' 비단 최악의 팀장에게만 해당되진 않는다. 기본적으로 난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는 법이다. 가족에게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기대는 내 스스로에게만 하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기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내'가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지 상대방이 그렇게 가져달라고 말하는 법은 거의 없다. 그런데 '내가 정한 잣대' 위에서 상대방에 대해 기대를 하면 실망하는게 당연하지 않을까. 내 잣대를 알고 그것을 위해 적절히 실천해주는건 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결혼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10여년 전,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도 누구가 가지고 있던 로망은 나에게 없었다. 주말마다 남편이 해주는 음식, 식사 후 살뜰이 해주는 남편의 설겆이, 아이들과 매일 잘 놀아주는 남편에 대해서 기대를 해본 적도 '그렇게 하자' 약속을 제안을 해본 적도 없다. 물론 남편에게도 나에 대한 기대치를 최대한 낮추게 했다. 그 역시 실망을 하고 나에게 잔소리를 하면 안되니까. 그보다도 서로에 대한 꿈, 그것을 위해 서로 어떻게 윈윈할 수 있을까를 더 많이 이야기한 것 같다. 내가 보기에 더러우면 내가 치우고, 내가 시간이 나면 내가하고. 그렇게 하다보니 서로에 대한 잔소리도 줄고, 알아서 시간 나는 사람이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암묵적 약속이 정해졌다. 가족도 이럴진데 직장에서만 보는 남, 상사와 동료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기대하지 않으니 기대치 않은 작은 행동에 감사함이 생길 때가 있다. 너무 배가 고팠던 새벽녘, 그날도 '나홀로 떡볶이'를 먹는 팀장에게 대표로 가서 '팀장님 우리들도 사주세요~' 라며 낯간지러운 애교로 팀원들을 위한 카드를 받아내는데 성공! 뒤에서 동료들에게는 '잘했다' 칭찬받고 팀장은 내 연기에 자신을 좋아한다 착각하고, 개인적으로는 맛있는 야참을 먹었으니 이 또한 어찌 아니 감사할 수 있을까.


4. 내가 뽑을 수 있는 큰 본전만 생각하자

대신, 직장을 다닐 때마다 사람에 대한 기대보다 더 중요시 생각하는 게 있다. 이 일을 하면서, 이 부서에 있으면서, 이 회에서 다니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한 본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회사와 일을 '내 인생' 이라는 큰 그림 속 '유용한 이용 수단'이라고 생각을 하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별로 개의치 않는'작은 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너무 힘들면 그만 두면 된다'는 큰 결론은 사실 정해져 있다. 그러니 그 전에 일을 하면서 내가 뽑아먹을 수 있는 이점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나 같은 경우 매 달 기획서를 낼 때마다, 내가 궁금한 분야의 만나는 사람들을 꼭 넣어서 일을 통해 내가 배울 수 있는 기회 및 사람들을 만날려고 했고, 일의 성격상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많은 삶의 철학을 배울 수 있다는데 큰 의의를 두었다. 새파랗게 젊은 20대에 성공한 40-60대의 사람들을 만나서 여러 인생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게 얼마나 값진 일인가. 그 때 알게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나만의 자산 가치였다. 만약 이러한 것들이 주는 비중이 적다면? 눈을 부릅뜨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찾아보자. 팀원들과 야근하고 팀장 욕하고 수다 떨었던 그 시간들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지 않았는가.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번다는 것. 작지 않은 이유다. 내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댓가를 매달 받아서 내 자산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큰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5. 강자에게는 강, 약자에게는 약

사회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내 기준이다. 내가 아무리 착한 마음과 선한 생각을 하고 있더래도 이것을 호구로만 이용하는 악질의 사람들이 항상 있었다. 특히나 자신의 권위, 권력을 이용해서 '약자에게 강하게 군림'하려는 사람들 - 자신의 윗선에게는 굽신대면서 팀원이나 서무일을 보는 직원에게는 너무나 못되게 구는 상사를 많이 봤다. 우리 최악의 상사, 그녀도 그런 케이스였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훗날 어떻게든 그 만큼의 죄값을 받을것이라 믿지만 그렇다고 일하는 동안 호구로 지내고 싶진 않았다.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 따라서 일못하고 인성마저 꽝인 그녀같은 사람에게는 최소한 '난 밟으면 무는, 쉽지 않은 직원'이라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다. 강자에게 같이 강하게 대적하면 멋있겠으나, 그녀처럼 위치가 높다면 조금더 지능적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그녀를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사실 이미 자신을 유일하게 좋아하는 직원으로 착각하고 있으니 어렵진 않았다. 주변에 사람이 없으니 외로운 그녀는 그나마 내가 말이 통한다 생각했고 그렇다 보니 나름 고충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 의지했다. 이러한 관계에 오면 나중에는 반대로 내가 하는 제안들이 쉽게 들여지게 된다. 이 즈음에 우리 팀원을 위한 제안들도 많이 하고, 친한 척하면서 '그런건 좀 아니지 않아요~' 은근슬쩍 팀장을 야단치기도 하니, 다른 팀원들에게도 '팀장편'이 아닌 '팀을 위한 총대 맨 동료'로 인식되어 팀원들과도 잘 지낼 수 있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개인적으로 훗날 스스로 갖추고 싶은 리더쉽 역량 중 하나이다. 혼자만 잘났다 모든 것에 강하면 부러지기 일쑤다. 나를 낮추고 주변을 아우르면서 내공에 실력도 단단히 갖추는 리더. 이러한 리더들이 많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러하지 못하니 그것에 대한 나만의 직장 인간관계 대처법을 갖추는 것도 똑똑한 방법일 듯하다. 이러한 기준들은 비단 직장에만 해당되는 인간 관계법은 아닐 것 같다. 일생 생활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도 잘 적용된 것을 보면. 


그 상사 어떻게 됐을까

마지막으로 희망(?)적인 멘트를 덧붙이고자 한다. 실력었이 위로만 올라가던 그 상사. 모든 팀원이 '같이 일 못하겠다 항소서'를 내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았던 그 여상사. 과연 어떻게 됐을까. 결혼 후 미국으로 온지 3여년 쯤 지났을까 회사가 방송국에 합병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와중에도 살아남았던 그녀는 결국 바닥난 실력이 드러나면서 골방으로 쫓겨나더니 스스로 회사를 나와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간 했던 일들도 있고, 그녀의 주변에는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자 하는 후배 한 명 남아있지 못하니 그 사업이 잘 될지 만무하다. 물론, 이 후 그녀를 교류도 하지 않고 이 후 어떻게 성격이 변했는지도 모르기에 지금의 그녀의 행실과 삶을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최소한 같이 일했던 시절, 그녀가 보여준 행실의 댓가를 어느정도 돌려 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 귀하다.' 

과거의 그 상사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서로를 소중히 대해주는 마음을 갖는다면 이러한 '인관관계 성공법'도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런 날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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