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낮의 회고

by 봄치즈
책을 읽는 시간만큼 중요한 것이 정리하는 시간이다.
내 삶도 회고해 보았는가.


책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가 독서 후의 독후감, 서평, 북튜브, 하다못해 짧은 한 줄 평 메모를 강조하고 있다. 심히 동의하는 바다. 산발적으로 얻은 정보들과 그로 인해 생긴 생각들을 큰 흐름으로 정리해보고 내 안에 적용해보는 시간. 어쩌면 배움과 수집의 과정보다도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이 '회고, 성찰의 시간'은 비단 책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우리 삶에 있어서 얼마만큼 내 인생을 돌아보고 회고를 할까.

나 또한 '나아감'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이 '돌아봄'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 것 같다. 미래 계획에 있어서는 항상 열성적이지만 정작 그것에 대한 검토와 회고의 시간을 가졌느냐라는 질문에는 자신 있지 못하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의 일과를 계획했다면, 그날 밤에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내가 얼마만큼 계획한 일을 성취했고, 어느 부분 부족함이 있었는지 꼭 검토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시간관리 비법 (Time management)'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줌 수업을 아이가 옆에 앉아 듣는데 강사의 말들을 엿듣고 있자니 참으로 찔리는 구석이 많다. 불현듯 노트북 옆 다이어리를 펼쳐본다. 아침 시간대에는 아기자기 스티커와 함께 그날의 포부와 계획 짜기에 열정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러나 앞 장을 쭉 넘어가 살펴보니 밤 시간대에 은근히 휑하게 비어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만큼 밤에 피곤해 지쳐 잠들기 바쁘다며 변명해보지만 '성찰 없는 다음 날의 계획은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는 강사의 뼛속 때리는 말이 또 한 번 나를 움찔하게 한다.



올 한 해의 멋진 마무리를 위한 8월 달의 회고


다음 달이면 어느덧 9월. 아이들 학교가 새 학기를 맞이한다. 정확히 일 년의 중간은 아니지만 여름을 마무리하게 되는 8월의 지금, 어쩌면 올 한 해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고 새로 발판을 다 질 가장 적정기가 아닐까 싶다.


지금 하지 않으면 또 그 시간을 놓칠 것 같아 잠시 하던 일을 무조건 멈추고 뒷마당으로 나갔다.


올 한 해는 물론 (그 간 회고를 거의 안 했던) 이 전 코비드 팬더믹이 한 창이었던 기간부터의 나의 행보와 변화해온 생각들을 반추해본다. 그때의 감정들을 천천히 따라가 보며 그 소리를 듣고 노트에 적어내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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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조용한 공백기처럼 보인 적지 않은 시간들.

한 숨 돌리며 돌아보니 참으로 감사한, 많은 걸로 채워져 있다.


맹목적인 완벽함으로 앞으로 달려오기만 한 나를 잠시 불러 세워 ‘지금의 것’과 ‘주변의 것’을 둘러볼 수 있도록 마음의 여유를 선사해 준 여러 소소한 사건들과 그로 인해 얻은 여러 생각들과 감정들에 감사함을 느낀다.


코비드 시작과 함께 ‘내 안의 것’에 더 집중하고 몰입하다 보니

내가 이미 갖고 있는 많은 것들이 보였고, 그것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도 알게 됐다.

또한 그 간 옆에서 호들갑스럽지 않은 묵묵함으로 가장 큰 지원을 해 주고 있었던 남편과

내 일상에서 가장 큰 웃음을 만들어주고 있는 아이들 존재를 더 크게 느끼게 되었다.


물론 이 안에는 반복적인 일상 루틴에서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잊지 않고 계속적으로 따뜻하게 연락해주고, ‘반가운 불러냄’으로 나로 매몰되는 일에 일탈을 감행하게 하고 ‘누군가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몸소 느끼게 해 준 친구와 지인들의 힘도 컸으리라.


또한 코비드의 혜택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러 온라인 모임을 통해 이 행복을 나눌, 나와 비슷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함께 활동하며 혼자의 세상에서 벗어서 ‘함께 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이 전과 크게 달라진 것 없는 같은 일상이다. 똑같이 바쁘다 (오랜 친구 말로는 난 항상 그랬단다 ^^).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어느 때보다 좋아하는 수많은 책을 읽었고, 낭독했고, 독서모임도 하고, 좋아하는 글쓰기도 했다. 더불어 자연 속 걷기, 명상 등으로 마음을 채우는 요즘. 매일 아침이 행복하다.


마음 충전이 제대로 되고 있었다. 작년 말 우뇌를 이용한 감각 충족의 만족도를 높이다 보니 좌뇌의 배움의 기쁨을 더욱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과 그를 위한 원하는 공부에 대해 계획을 세웠고 얼마 전 운이 좋게 대학원 합격소식까지 받을 수 있었다. 가을부터는 일과 병행해서 새롭게 공부도 시작할 예정이다.


물론 앞으로 얼마나 더 바빠질 까, 잘 감내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아직은 걱정보다는 설렘을 더욱 만끽하려 한다. 물론 주변의 의심과 마주할 때가 있지만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나와 비슷한 루트를 간 멘토들의 책을 열고 그들의 지지를 받는다. 20대 한국에서의 직장 시절 때도 그랬다. 모두가 '굳이 왜?'라는 질문으로 '피곤을 벌려한다는'는 의견 들 사이에서 일하면서 대학원을 마치지 않았던가. 배움이라는 남다른 열정에 '특이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더 많았지만, 최근 5개의 대학원 학위를 갖고 있는, 50대 구글 디렉터 정김경숙님의 책을 접하면서 그녀의 삶의 시선에 깊이 공감했다.


지금껏 그랬듯 나의 가장 큰 지원군인 나로부터 ‘잘 해낼 거라는’ 가장 큰 응원을 매일 받고 있으니 나의 가장 큰 무기인 '최선'을 잘 발휘해보면 그에 따른 결과는 저절로 오겠지. 물론 '안되면 말고'라는 나 몰라라 정신도 보험으로 깔아 둘 예정이다.


지난 몇 년간을 회고해보니 얻은 것이 참 많다.


나만의 마음 읽기에 수월해졌고, 나만의 삶의 페이스를 알았고, 균형적으로 주변의 적지 않은 일들을 아름답게 저글링 하는 법도 배웠다. 게다가 틈틈이 일상 속에서 행복을 채취하는 방법들도 섭렵했으니 앞으로의 3년, 나 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지혜롭게 채울지 생각만 하면 될 것 같다.


설레고도 즐겁다. 지금까지 함께 해 준 가족과 지인들에 더불어 또 다른 세상 속에서 새로이 만날 사람들과의 교류가 나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궁금하다.


지금 당장의 가장 큰 계획은 개학 전까지 시간을 내서 어떻게 잘 놀아볼까 하는 것이다. 우선 이번 주말부터 이어질 바다여행과 캠핑에서 가족들의 행복한 경험 쌓기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매일 밤 10분, 매 월 15분 회고의 시간을 가져 보련다.

IMG_7848.jpg 저녁 드라이브 길 8/9/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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