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왜 써?

나에게 있어 글쓰기

by 봄치즈

"글쎄... 특별한 이유가 없네. 음... 그저 좋아서?"


며칠 전 오랜 친구에게 반가운 연락이 왔다. 우연히 브런치에서 내 글을 봤다며. 왜 말해주지 않았다며 섭섭해하면서 '그 바쁜 와중에 글은 왜 쓰냐'는 질문을 던진다. 순간 뚜렷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목표가 분명한 사람, 성취욕이 높은 사람, 문제 해결을 잘하고 무엇보다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 맞다, 나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 어떠한 프로젝트를 마감 전까지 잘 처리해야 하는 직장에서 가장 잘 발휘되는 나만의 강점들. 대학을 갓 졸업한 후 일을 하면서 지인으로 알게 된 사이였기에 어쩌면 나를 떠올리면 이러한 이미지가 연상되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내가 글을 쓰는데도 '무언가 뚜렷한 목표가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한 것 같다.


고맙게도 친구의 이 질문은 나에게 있어 글쓰기가 무엇인가라는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어느 한 리서치 결과를 본 적이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있는 강점 중의 하나가 바로 '책임'이라고. 굳이 '한국 사람'만 그럴까.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의 아들, 딸이 되고, 자라면서 학생과 직장인, 나아가 결혼 후에는 엄마, 아빠, 며느리, 사위 등 더 많은 이름과 역할을 받게 되는 우리. 삶이 풍요로워지는 만큼 그에 따른 다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싶다. 나 또한 오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멀티 플레잉에 강해져야만 하는 워킹맘의 삶을 지내면서 '성취를 위한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기질'이 다른 기질보다 유독 강화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내가 '특별한 이유 없이' 하는 게 있다니. 스스로 놀라면서도, 한 편 나에게 그런 면모가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좋아한다'는 것의 순수성을 확인한 것 같아서. 보기만 해도 설레는 그가 생겼을 때, 그 좋아하는 이유를 한 가지로 분명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그 '애매함'을 만난 것 같은 행복감이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 해야만 하는 일' 때문에 현재 내가 '가장 뒤로 미루고 있는 일'
이 있나요?
그것이 바로 진정 당신을 위한 일이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일 가능성이 많아요.'


코비드로 인해 미국의 셧다운 정책이 공포되었고, 한 공간에서 복작거리는 가족들 사이에서 더없이 바빠진 일상에 지쳐갈 무렵, 우연히 보게 된 한 강의 속 강사의 말은 내 하루를 찬찬히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찾은 게 바로 글쓰기다.


종이책을 더 좋아하는 아날로그 인간이지만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일하는 시간 속 '틈'을 엿보기 위해 블로그에 가끔씩 글을 올렸고, '브런치에 글을 써보라'는 한 이웃의 댓글 덕분에 이 공간 또한 처음으로 알게 됐다. 얼마 후 '브런치 작가 신청'해보라는 또 다른 지인의 권유에 블로그 글 하나를 올려 운 좋게 덜컥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사실 목적성 없이 감사한 주변의 조언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와 동시에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글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이 좋았다. 역시나 내 마음에 들어오는 글들은 글을 통해 부단히 자신에게 집중하고 고민하는 시간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글들이다. 나 역시 글을 통해 치유하며 작은 행복감을 얻기에 글만으로 서로간의 동지애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글쎄, 아마도 평생 할 취미일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보내다 자칫 잃어버릴 수 있는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 바로 '나 자신과 조우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어떻게든 이 시간을 확보하고자 매일 이리 부단히 노력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람쥐의 쳇바퀴 같을 수 있었던 내 삶에 말랑말랑한 설렘을 전해주는 글쓰기. 아마도 그것의 이유는 평생 '그냥 좋아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IMG_8706.JPG 매일 아침을 맞이하는 나만의 공간, 뒷 뜰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게으른 나를 변화시킨 그날의 경고